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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폴 Dec 03. 2023

폐차

2007년부터 16년 동안 타고 다니던 차를 폐차했다.

이전에는 아버지가 타시던 차를 물려받아 타고 다녔다.

그러다가 몇 번 대로에서 퍼지기도 하고 말썽을 부렸고

마침 그때 도경으로 발령받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의미로 돈을 빌려 새 차를 뽑았었다.

크게 고장 없이 잘 타고 다니긴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비가 많이 오는 날 오른쪽으로 물이 좀 튀기면 핸들이 먹어서 작동이 잘 안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뒤 타이어 축이 틀어져서 펀 마모가 심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중고차로는 팔지 못하겠고 몇 년 더 타다가 폐차를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러다가 한두 달 전에 고속도로를 탔는데 정체가 심한 구간에서 핸들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악셀도 먹지 않았다. 다행히 브레이크와 경고등은 들어와 경고등을 켜고 차를 완전히 세운 뒤 시동을 두어 번 켰다 켰더니 정상으로 돌아와서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 심한 정체로 차들이 10킬로 내외로 아주 기어가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다시 또 고속도로에서 악셀을 밟아도 출력이 계속 떨어져 차를 우측으로 빼서 갓길에 세웠는데 차선을 살짝 물고 핸들이 잠기고 경고등이 들어왔다. 얼른 비상등을 켜고 시동을 껐다 켜니 다시 작동이 되어 집에 돌아오긴 했는데 이제 폐차를 해야 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주차장에서 견인차에 달려 동네를 벗어나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생각보다 크게 서운하지 않았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컸다.

오랫동안 타던 차를 보내면 많이 서운하다고들 하고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던데 약간 후련한 마음도 들었다.

차를 처음 살 때 참 기쁘고 좋았다. 아버지 차를 물려받았을 때와는 또 달랐다. 

뿌듯하기도 반갑기도 즐겁기도 했다. 그렇게 어느새 16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연이 쌓였는데.

그중에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나쁜 기억들도 모두 가져가서 폐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그 기억들이 싫어서 그 일들을 잊고 싶어서 홀가분 한지도 모르겠다. 

우선 차는 바로 사지 않기로 했다.

건강 문제로 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서울을 다닐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주중에 그리 쓸 일이 없고 주말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공유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우선 그렇게 지내보고 정 불편하면 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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