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얼른 연인이 되길 바라던 그 때
성격이 급해서 우리의 썸은 한 달도 채 가지 못했습니다. 사실 썸이라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만나면 만날수록 재밌고 신났었거든요. 이 인연이 얼른 연인이 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 썸 탈 때 보러갔던 국립현충원 벚꽃입니다. 유난히 벚꽃이 참 예뻤어요.
친한 사이마저도 멀어진다는 취업 준비 시기가 되면서 연락이 뜸해졌어.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 흔쾌히 만나 우리는 피자를 먹었지. 몇 달이 지나 오빠는 취직했고, 취업턱을 내라는 내 연락에 또 만나게 된 것같아. 처음으로 사케를 알게되었는데, 이제는 그 가게가 사라져서 아쉽더라고.
어쨌든 오빠도 인정하지? 어쨌든 내가 한번씩 연락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걸.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힘이되고 위로가 되었던 그 시기
먼저 오빠에게 연락이 왔던 적이 있었어. 면접이 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날을 어떻게 정확히 기억했는지 딱 면접끝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면접 잘 봤냐는 연락을 해왔잖아. 한 번을 먼저 연락하지 않던 사람이기 때문에 '오? 이사람이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하는구나.' 생각했었지.
그렇게 조금씩 연락이 잦아지던 즈음, 어느 날 한 밤 중에 뜬금없이 바다보러가자 연락을 했잖아. 그때부터 '아 이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힘들었던 시기라 더욱 누군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사실이 기분좋고 설레더라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니 바람쐬게 해주겠다며 드라이브를 갔어. 파주 평화누리공원에 갔는데, 오빠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기다리던 면접 결과를 듣게 됐어. 나는 그렇게 취직하게 됐지. 그러면서 왠지 오빠랑 같이라면 내 모든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이런게 진짜 인연일수도 있겠다 싶었고, 여태까지 정말 힘들고 어둠처럼 느껴졌던 시간들이 모두 다 지나가고 오빠를 만나면서 빛을 보는 것 같았어.
그렇게 우리는 퇴근하고 같이 저녁을 먹고, 쉬는 날에는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그렇게 썸이 시작이 됐어. 그 때 말야, 2주였나 3주 연속 주말을 같이 보냈는데, 한 번은 오빠가 주말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는거야. 난 그때 ‘뭐지? 이건 뭐지? 밀당을 시작한건가! 그런거 모르는 사람이라더니!’이라며 역시 말만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되뇌었어. 연락하고싶었지만 자존심때문에 꾹 참았어. 자존심이 뭐 대수라고. 알고보니 일을 하느라 쉬는 주말이 아니었던 터라, 주말에 데이트하자 연락을 못했던 거였고 그제야 난 안심했지. 오해할 뻔 했구나, 다행이다 싶었고.
한 달이 안되어 우린 연인이 되었어. 돌이켜보면 아마도 우리 둘 다 취직이라는 큰 산을 하나 넘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나니, 연애가 하고 싶었던 시기가 됐던 건지도 모르겠어. 오빠도 그전까지는 여자에게 별로 관심도 없었고 외로움도 없었는데, 그때에는 연애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역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말이 맞는 건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