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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NI Sep 20. 2022

1. 결혼 정의하기

우리의 의지가 담긴 결혼에 대한 정의

"결혼=독립"

부모를 떠나본 적이 없던 우리는, 결혼을 통해 독립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에게 결혼이란 독립이었으며 정신적/경제적 독립을 의미했다.


'결혼'을 떠올리면 보통은 결혼식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어디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좋을까, 사회는 누구에게 부탁하지, 축가를 부탁할 만한 노래 잘부르는 친구가 있던가, 몇 명이 내 결혼식에 와줄까 등.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천주교 신자이니 성당에서 결혼식을 해야겠지, 그럼 어느 성당이 좋을까, 그 때 주례 신부님은 고3때 나를 돌봐주셨던 그 분이 해주시면 좋겠다.'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애를 하는 기간 동안 '이 사람이면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만나다 보면 언젠가 결혼을 하겠거니 싶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쩌다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고, 성당 결혼식을 위해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예비부부 교리를 통해 결혼이라는 것은 변화하게 될 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늦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답을 찾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결혼에 대한 나만의 정의가 있었다.


물론, 그 전에도 나는 결혼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몇 가지 가지고 있었다.


1. 남성과 여성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

가족은 두 사람이 축이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녀가 생긴다면 그 자녀들까지 가족 구성원에 포함된다.

결혼하기 전 가족의 의미와 결혼 후 가족의 의미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2.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시작하는 것

두 사람의 능력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절대로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누려온 경제적 여유는 부모님이 이뤄오신 것임을 인정하고 감사해야 한다.

부모님의 재산은 온전히 부모님의 것이며 더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를 보내는 데 쓰여야 한다.


3.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스스로의 가치관과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지켜나간다.

서로에게 정신적인 의지가 되어주는 아내/남편이 되며 우리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한 가정의 아내/남편의 역할에 충실한다. 그리고 자식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 이 두 가지의 역할이 대립하게 될 때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무튼, 우리는 하나씩 '결혼 생활'을 하는 5년 뒤, 10년 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합의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큰 틀에서 우리의 가치관은 대부분 비슷했고, 대화를 하면서 이를 잘 지키기 위한 규칙도 정할 수 있었다. 주로 우리는 '공평함'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의 자산을 모두 공개한다. 우리는 빚도 함께 갚고, 자산도 같이 모은다. 각자의 통장에 돈이 쌓아가는 기쁨을 즐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은 없었는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꼭 얘기한다.

부모님께 용돈 대신 생일 선물 / 명절 선물 등은 꼭 챙겨드린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가능하다면 자주 부모님을 찾아뵙는다. 곁에 계실 때 함께하는 시간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에게 각자 연락을 자주 드리도록 노력한다.

꼭 잠은 집에서 잔다. 하루 일과의 마무리는 부부가 함께한다.

취미생활은 가능하면 같이한다. 공유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대화의 주제도 다양해진다.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규칙들이 생겨나기도 했고, 없어지거나 수정이 된 것들도 있다. 글에서 '규칙'이라고 적어두니 조금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우리 부부만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고, 부모님과 형제들도 이러한 우리의 생활을 존중해주며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잘 지내오고 있다.


불안할수록, 두려울수록 솔직해질 것


돌이켜보면 언제 결혼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만의 결혼에 대한 정의를 내렸던 것은 아마도, 나는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온전히 '나'이고 싶었던 것 같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두렵고 불안했던 결혼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생각해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있다면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꺼내어보시기를.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 이후의 나의 삶'의 관점에서 결혼에 대한 정의를 꼭 스스로 내려보시기를. 하나씩 얘기하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스쳐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걱정은 가벼워질 것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더 아름답고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감히 얘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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