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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호 Feb 12. 2016

누구도 비껴 갈 수 없는 질문들

[책]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 김용규 지음 / 휴머니스트

백만장자도 죽음 앞에선 어쩔 수 없었나보다. 1987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신과 인간에 대한 24가지 질문을 적어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에게 보냈고, 그 편지는 정의채 신부에게 전해졌다. 정신부와 면담이 주선된 상태에서 이회장은 답을 듣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어찌 백만장자 뿐이랴.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품었을 법한 질문이다. 몇 년 전 차동엽 신부가 '잊혀진 질문'이란 책으로 카톨릭의 관점에서 이회장의 질문에 답변했다면, 이 책은 같은 질문에 대한 인문학적, 철학적 답변이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지,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신이란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지, 또 지구의 종말은 정말 오는가 까지 어느 질문도 가볍지 않다. 어떤 것은 정말 궁금해서 한 것 같고 어떤 질문은 기독교인들의 위선에 대한 이회장의 힐난으로 들린다. 


성경을 바탕으로 철학과 인문학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간 저자의 접근 방식은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아닌 독자의 공감을 자아낼 만 하다.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역사와 문명을 넘나들며 넓고 깊게 대답한다. 진화론의 기수로 안티기독교의 선두에 선 리차드 도킨스의 '허수아비 오류'에 대한 지적은 통렬하다. 상대방이 하지 않은 주장을 마치 실제 한 것처럼 왜곡해 공격하는 도킨스는 무지하거나 의도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무신론자는 저자의 관점을 비판하며 읽었을 테고 나 같은 기독교인은 머리를 갸웃거릴 만한 대목도 있다. 이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김교수의 답을 들었더라면 회심했을까? 사무실의 한 동료는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부러워요, 믿어지니 말이에요. 나도 믿고 싶은데 그게 안돼요." 결국 종교는 논리나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결단의 문제 아닐까? 어떤 눈으로 하나님과 인간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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