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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호 Feb 18. 2016

이 시대 50대 인생보고서

[책]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 / 송호근 지음 / 이와우


책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낸, 그러다 삶에 지친 형과 친구들, 동생들과 내 이야기가 그 속에 있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저자 송호근 교수도 다르지 않다. 하버드 박사에 서울대 교수 타이틀을 가진 이 저명한 사회학자도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민주화를 외치던 대학시절을 지나 이 시대 여느 50대처럼 대학생 딸의 학비와 장차 지불해야 할 결혼비용을 걱정한다. 그 역시 2006년 서울에 입성해 아파트를 마련하고 감개무량하는 이 땅의 50대일 뿐이다. 

 

베이비 부머는 가난한 부모를 만나 학교만 보내주어도 감사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 독립했고 이 땅의 산업화를 일군 세대이다. 저자는 베이비부머를 이렇게 말한다. "부모와 자식들의 부양 책임을 무한정 짊어지려는 세대다. 자립심이 강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존심, 자작농적인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중학교든 고등학교건 대학이건 일단 교육이 끝나면 자립의 길로 나아갔다. 공돌이와 공순이가 되었고 집에 생활비를 송금하고 결혼자금을 홀로 마련하는 걸 당연한 과제로 알았다. 그들의 희생은 부모 부양에 그치지 않는다. 자기 능력을 벗어나는 일일지라도 자식 세대의 성공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그런 베이비부머들이 이제는 재정 크레바스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다 직장에서 내몰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노후 준비도 못한 채 말이다. 베이비부머는 근대와 현대, 전혀 다른 인종인 부모세대와 자녀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였다. 온 몸으로 두 세대를 연결하면서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 이제 누가 이들 이들의 다리가 될 것인가?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다리가 되라고 말한다. 죽음을 준비하고 눈높이를 낮추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취미를 가지라고 권한다. 근대와 현대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해낸 자랑스런 50대, 그 베이비부머들이 맞딱뜨린 아픔과 현실을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육성과 저자 자신의 고백으로 담아냈다. 

 

이 책의 소중함은 50대의 크레바스를 뛰어넘는 저자의 해법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 역시 이 시대를 사는 50대의 한 사람으로 그의 열등감과 경제적 어려움, 중년의 정체성 위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데 있다. 흔한 가식이나 포장이 없다. 성공 이야기보다 아픈 이야기가 공감을 주는 법이다. 그들처럼 나도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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