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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27. 2020

온라인 모임은 오프라인 모임보다 저렴할까?

코로나 시대에 커뮤니티 하기 : 온라인 전환이 만든 새로운 풍경들

1. 빌라선샤인 신지혜 커뮤니티 디렉터는 뉴먼소셜클럽의 리더 뉴먼 모임을 앞두고 워크숍 준비에 바쁘다. 자신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클럽을 만들어 이끌고 있는 뉴먼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클럽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워크숍의 목표이다. 최신의 커뮤니티/퍼실리테이션 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가지게 된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워크숍을 준비한다.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할 때는 리더 뉴먼들과 간단히 식사하면서 감사를 표하고, 운영의 어려움을 서로 나누는 정도로 진행을 했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클럽을 끌어나가야 하는 이 상황에서는 감사를 표하는 것과 더불어 적응을 위한 교육도 필요해진 것이다. 비언어적인 표현이나 오프라인이 가지는 카리스마 덕분에 약간의 가이드가 있으면 '만났다'는 만족감이 드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서로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별도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지혜 님은 이 방법을 리더 뉴먼들과 빠르게 공유하고 안정적으로 뉴먼소셜클럽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밖에도 줌 사용법이나 온라인 대화 방법 등 팀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매뉴얼로 만들어 커뮤니티 안에 빠르게 공유하는 것도 이전에는 없었던 주요 업무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에는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규칙과 새로워진 만남의 방식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업무를 바꾸고 있다.



2. 빌라선샤인 황효진 콘텐츠 디렉터는 빌라선샤인데이에 초대된 스피커와 줌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미팅을 잡는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져서 스피커가 빌라선샤인의 사무실까지 오는 것이 어려워졌고, 떨어져서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시간을 따로 정해 줌으로 당일 상황을 미리 연습해보고, 필요한 부분을 확인한다.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진행할 때에도 사전 미팅을 필수로 했지만, 온라인으로만 강의와 워크숍을 제공하게 되니 그때보다 최소 한 번 이상의 미팅이 필요해졌다. 섭외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과 사전 미팅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 역시 변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하는 강의와 워크숍의 모양도 변했다. 온라인에서 유효한 집중 시간이 있고, 접속한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뉴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신의 일 이야기를 가진 밀레니얼 스피커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것은 이전과 변한 것이 없지만, 그 내용을 어떤 도구와 형식에 담는지 여부는 달라졌다. 그리고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이것을 오늘 학습하고, 다음 주 기획에 반영해나가면서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3. 빌라선샤인 이주하 커뮤니티 매니저는 빌라선샤인데이 준비로 이전보다 더 바빠졌다. 이전에는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사전 연락을 한 번 한 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를 세팅하고 뉴먼들을 맞이하는 과정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된 뒤에는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신청을 한 뉴먼들을 위해 슬랙 채널을 만들고, 사전 연락을 두 번 한다. 외부 신청자들을 위해서는 줌에 접속할 수 있는 주소를 알리기 위한 메일도 예약해 보내야 한다. 뉴먼들이 접속하면 연결 품질과 사운드 체크를 별도로 한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물리적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연결되도록 하는 데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뉴먼들을 케어하는 최적의 과정을 매뉴얼로 만들어서 매끄럽게 운영하고 있지만, 업무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것 역시 코로나 시대에 달라진 커뮤니티 서비스의 업무이다. 


4. 빌라선샤인 신선아 디자이너는 새로운 시즌에 합류한 뉴먼들을 위한 온라인 웰컴 굿즈를 기획하고 뉴먼들에게 배포했다. 빌라선샤인의 키 컬러로 디자인된 줌 배경화면이나, 인스타 스토리에 활용할 수 있는 뉴먼들만의 템플릿, '기록'이라는 시즌 주제에 맞게 자신만의 온라인 기록실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일러스트 파일을 공유했다. 키링, 스티커, 명찰, 배지처럼 오프라인에서 드러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던 굿즈가 온라인 환경에 맞게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의 북적거림 대신에 SNS에서 빌라선샤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명찰 대신에 같은 배경으로 소속감을 더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더 단단해지는데 필요한 도구에 맞춰 필요한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있고, 서로 느슨히 연결되어 있는 SNS가 뉴먼들의 놀이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생각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월, 온라인 전환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새로운 럭셔리가 되었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아주 동의했고, 빌라선샤인이 오프라인 위주의 모임이 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피상적인 온라인 만남 말고, 오프라인에서 더 돈독하고 든든하게 만나고 싶었고, 오프라인 모임이 유지되기 위한 비용을 커뮤니티 운영 매뉴얼과 자동화 등을 이용해 낮춰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초, 돈을 내면 선택할 수 있는 럭셔리가 아니라 아예 오프라인 모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시작되었고, 여름쯤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이 상황은 여름을 지나며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전환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냥 안돼도 몰라도 해야 하는 것. 다행히 커뮤니티의 확장을 생각하면서 2020년 말이나 2021년에 온라인 병행을 염두에 두고 1월부터 실험을 시작했고, 덕분에 3월에 전 프로그램 온라인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온라인 전환을 하고 보니, 온라인 전환 비용이 낮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의 만남이 오프라인이기 때문에 연결이나 직접적인 교류는 오프라인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온라인에서는 정보 교환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었달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른 매체라고 한다면 그 매체가 담는 콘텐츠의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었고, 이 비용은 온라인이기 때문에 더 싸다고 할 수 없었다. 기존에 없었던 경험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체 과정을 설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만나면 채워지는 만족감이나 안전함 같은 감각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위해 실험하고 고치면서 적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운영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 등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비용들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을 치러가면서도 빌라 선샤인을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환하고 운영하는 이유는 코로나로 인한 여러 상황이 좋아질지 나빠질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결정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권이 없는 부분을 노심초사하면서 기다리고 또 실망하기보다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목표를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 팀이 합의했고,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기꺼이 선택한 뉴먼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아이고, 이 매뉴얼 만들어야 하네'를 반복하며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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