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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Jul 12. 2022

애플 이벤트와 대통령 선거

새 기술 새 사람 새 시대 

별다를 것 없는 새벽이었다. 올해 초 아이폰 13 구매를 시작으로 아이패드에 맥까지 이 정도면 나름 맥 유저로서 당연히 챙겨봐야 한다는 의무감이었을까. 아니면 쉬이 잠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이패드에 스트리밍 화면을 띄운 채 발표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맥 헤비유저를 자처하는 어떤 유투버는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애플 이벤트를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이윽고 BGM이 들리며 서막이 올랐다.


텔레비전에는 역전 소식이 들렸으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보도로 가득했다. 방송사 기자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까지 양분하여 후보자 자택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으리라.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지만 유력이라는 표현은 그 어디에도 볼수 없었다.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앵커의 말에 수많은 이해집단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역전된 득표율은 아주 근소하게나마 차이를 이어갔고 양쪽 패널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며 확승을 또는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애플 본사가 줌인되며 팀 쿡이 나타났고 최첨단 기술로 점철한 애플의 자랑거리들이 눈앞에 쏟아졌다. 아이폰은 그린 컬러를 추가했고, 아이패드 에어는 칩을 바꿨다. 그리고 맥 스튜디오와 모니터가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약적인 울트라 칩 덕분에 그래픽 작업은 한계를 초월하고, 영상 편집은 고화질로 짱짱하게 편집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발표자들은 신나게 쏟아냈다. 건축 설계 도면도 보지 못하는 주제에 역시 애플은 기술적 혁신을 가능하게 했구나 에어팟으로 들으며 그들에 동조했다. 새 시대에 걸맞은 혁신은 애플은 또 해냈다.  


눈이 감겼다. 아침이면 아이 등원도 시키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데 왜 나는 밤을 지새우는가. 누가 되더라도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네이버 메인 페이지를 수도 없이 새로고침 했지만 포털에서도 확실이라는 표현은 볼수 없었다. 격차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혁신과 퇴보 같은 좌우파 사전에 나올법한 대립어가 떠올랐다. 무엇 때문에 생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감내한 채 깨어있는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시민의식 때문인가. 


다음날 아침 애플 신제품 발표기사 상단에 '확실'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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