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태영 Jan 04. 2024

코끼리 고아원

 맨 처음 코끼리 고아원을 알게 된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덕분이었다. ‘해외 극한 알바’ 촬영을 위해 박명수 형님과 정준하 형님께서 가셨던 코끼리 고아원 에피소드는 다른 나라로 떠난 멤버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코끼리의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 때문에 아프리카에 코끼리 고아원이 생겼다는 것과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밀렵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때부터 막연히 코끼리 고아원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이 이루어졌다.  

 2016년 11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야생동물을 촬영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그 시작점은 코끼리 고아원이 있는 나이로비였다. 처음 야생동물 촬영 계획을 잡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게 코끼리 고아원이었기 때문에 케냐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예약했던 것이었다. 나이로비에 도착해서 시차 적응을 위해 숙소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 날 바로 코끼리 고아원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딱 한 시간 동안만 외부인들의 방문을 허가하는 코끼리 고아원은 새끼 코끼리들이 점심 먹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걸로 아이들이나 야생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다. 입구를 통과해서 기념품 가게와 코끼리들이 잠을 자는 건물을 지나자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공터 가운데 주변으로는 가이드라인이 설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서 새끼 코끼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상대적으로 작고 어린 코끼리 무리부터 사육사를 따라서 공터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른 사육사들이 가져온 분유를 한 통씩 먹기 시작했다. 한창 많이 먹을 시기여서 그런지 분유 한 통을 다 먹고도 더 달라고 버티는 새끼 코끼리도 있었고, 뒤로 돌아가 다시 줄을 서는 코끼리도 있었다.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는 코끼리는 가이드 라인 앞에 드러누워 배를 쓰다듬어 달라고 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끼 코끼리에게 홀딱 빠져 버린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하나, 둘 가이드라인 가까이 다가오는 코끼리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와 코, 그리고 아직은 작은 등을 어루만지며 코끼리들과 친해지는 동안 총책임자인 에드윈은 마이크를 들고 밀렵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마다의 연유로 인해 고아원에서 생활하게 된 코끼리들. 어미의 젖을 먹어야 할 시기에 사람들이 주는 분유를 먹고 있는 현실 자체가 슬프게 다가왔다. 새끼 코끼리들과의 짧은 만남이 끝나고 다시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출구를 향해 나가지 않고 기념품을 사거나 후원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약간의 금액을 후원하고 무한도전에서 봤던 도토의 사진을 발견했다. 괜스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코끼리들이 다시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사진집을 내고, 2021년부터 매년 조금씩이나마 코끼리 고아원에 후원을 하고 있다. 케냐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의 정식 명칭은 Sheldrick Wildlife Trust이며, 설립된 지 45년이 된 비영리 단체이다. 그들은 지금도 밀렵으로 고통받고 있는 코끼리와 코뿔소의 생존과 보호를 위해 노력하며 그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코끼리 고아원 홈페이지 : https://www.sheldrickwildlifetrust.org/


작가의 이전글 또 한 번의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