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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태영 Jan 05. 2024

Remember Me

우간다의 부뇨니 호수 근처에는 작은 천사들이 살고 있다. 그곳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 부모와 일찍 이별을 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인 동시에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낯선 외국인들의 방문에 미소를 지어주었다. 수업에 참관하는 동안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허락해 주었다. 수업 시간 내내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았던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부끄러워하는 아이, 새침한 아이도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시던 선생님께는 죄송했지만 아이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종소리와 함께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다 같이 공터에 모여들었다. 우리들도 교실에 있던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공터로 나갔다. 선생님이 먼저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시작하자 아이들도 곧바로 따라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공터 중앙으로 아이들이 나와 춤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서로 곁눈질로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가끔은 우리 일행 중 한 명을 데려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끝나고, 점심을 먹기 전에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손을 꼭 잡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Remember Me"라는 말과 함께. 이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 했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빈 교실로 불렀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고아원을 소개하며 후원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방법은 두 가지였는데, 고아원에 돈을 기부하거나 한 아이를 선정해서 후원하는 방법이 있었다. 한 아이를 후원하는 방법은 일정 금액을 일 년 동안 매달 고아원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부부는 약간의 돈을 고아원에 후원했고, 일행 중 두 커플은 아이를 선정해서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두 커플이 후원 계약서를 작성하고 아이들을 보러 밖으로 나간 사이 우리 일행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았던 Sue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Sue를 다독이며 조심스레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물었다. Sue는 아이들을 위해 고아원에 후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이를 선정하는 방식은 마치 옛날 백인들이 흑인 노예를 골랐던 것처럼 잔인하게 느껴진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을 골라서 후원을 하는 방식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한 행동도 그 방법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Sue는 누군가를 선정하는 후원 방식이 행여나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경쟁을 부추기고 차별을 알려주는 일이 되진 않을까, 그것 때문에 아이들끼리 시기하거나 상처를 주진 않을까 걱정했다. 두 커플이 돌아오기 전까지 Sue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자 현명한 어머니였다. 가까스로 눈물을 멈춘 Sue는 고아원에 후원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교실로 돌아온 두 커플을 안아주며 "훌륭한 일을 했다"는 말과 함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녀는 이런 방식의 후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았다. 두 커플을 위해서, 그리고 후원을 받게 될 아이들을 위해서. 고아원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보트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들이 했던 "Remember Me"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이들은 어떤 기분으로 우리에게 그 말을 던졌던 걸까.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을까. 밝은 미소 속에 담겨있던 간절한 그 한 마디는 어른으로서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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