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비 정 Oct 22. 2015

그 샌드위치로  주세요.

Congratulation! 'Katz's Delicatessen' ​

맛집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블로그에 가끔 뜬금없이 레스토랑 리뷰를 쓰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맛의 취향도 다르고 굳이 나까지 블로그에 맛집 글을 올리지 않아도 인터넷에 맛집 정보는 무수히 많기에  즐겨하는 일은 아니다. 하물며 여행 중에 가본 곳은 '거기서 몇 집이나 가서 먹어 봤다고....' 하는 생각에 맛집이라 이름 붙이기 더욱 껄끄럽다. 그냥 맛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일인데도 요즘 맛집에 대한 대중적인 생각이 까칠하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들린다면 꼭 가보시라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카츠스 델리카센'

맨해튼 아랫 동네의 브로드웨이 동쪽 하우스턴 스트릿에 위치한  카츠스 델리카쎈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의 가짜 오르가즘 장면의 촬영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해리와 샐리가 샌드위치 한 접시씩 앞에 두고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샐리의 가짜 오르가즘 연기에 옆에 앉은 아주머니께선  주문받는 웨이터에게 샐리의 샌드위치를 가리키며 '저걸로 주세요.'하던 명장면이다.   

뉴욕 시 음식점 중에  영화 촬영지가  한두 군데가 아니므로 그 이유로 이곳을 찾기에는 뭔가 허접하다.

점심시간이 지난 느지막한 시간에 갔지만 손님이 바글바글하고 그중 반 이상이 관광객인  듯한데 그들이 영화 촬영지라고 찾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우리 부부 역시 그랬다. 영화 보다 유명한 그 집의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간 것이다. 들어서자마자 주는 티켓을 받아 들었다. 이것은 잃어버리면 50달러의 벌금을 포함한 계산서를 받게 된다. 오른 쪽으로 길게 카페테리아 식으로 된 주문 줄에 남편을 세우고 나 혼자 문 앞까지 바글 바글한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 테이블을 잡아 앉았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넓이 보다 더 커보이는 식당 안에서 샐리와 해리가 앉았었다는 싸인 아래의 자리를 찾았다. 벌써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먼저 앉아 계시니 할 수 없다. 노인네.... 샐리가 먹었던 샌드위치를 시키셨으리라. 하하하...

우리가 원하는 메뉴를 알고 있기에 주저 없이 주문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외국  프로그램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프로그램 호스트들의 엄지 손가락을 꼽게 만든 이 집의 샌드위치, 호밀 빵 위에 2일 동안 스모크 처리하고 손으로 썬 유대식 간간한 콘비프와 후추가 듬뿍 발라진 페스트라미가 몇 겹인지 세기도 힘들게 높이 쌓여진 푸짐한 샌드위치다.  웬만한 위를 가진 사람 아니고는 혼자 먹기 힘들 정도의 양인데 맛 또한 좋다. 그냥 좋다라고 표현하기  미안할 만큼  고기도 신선하고 좋다. 여기에 짜지 않고 아삭한 딜 피클 한 접시면 여느 왕 부럽지 않다. 여기에 사우어 크라프트 한 접시 시켜 고기만 들어간 샌드위치에 조금 끼워 넣어도 좋다.

한 접시씩 바꿔가며 맛보고 뒤를 돌아보니 한국인인 듯한 젊은 여행객 한쌍이 피클 토마토를 먹고 있는 것이 보여 나도 저거 맛보고 싶다 하니 고맙게도 젊은 한쌍이 시키지 말고 자기네 것을 맛보라고 건넨다. 새콤하고 아삭한 그린 토마토 피클도 맛나다. 그냥 일어서기 뭣하다. 남편이 뉴욕 스타일 치즈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가져온다. 좋다~~~. 사람들이 붐비고 왁자지껄 한데도 아늑한 맛이 있다. 식당 벽에 가득히 걸려진 사진들에 다녀간 유명인들도 이웃 마냥  친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식당이 그리 화려하게  치장되지 않은 127년이나 오래되고 허름한 맛이 있기 때문 일듯하다. 게다가 당시  2대 주인장이신 (지금은 3대 주인장이 운영 중임) 알란 아저씨가  테이블마다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또 하나의 여행 중 추억이 된다.

유대인인 남편과 알란 아저씨는 오랜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아저씨와 나란히 서서 사진 한컷 함께 찍고 식당 문을 나섰다.  텔레비전뿐 아니라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맛집 호스트들의 세계 제일 맛집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카츠스 델리카쎈의 무기는 맛난 샌드위치에도 있지만  가족처럼 즐겁게 일하는 종업원들과 낡았지만 편안한 느낌의 분위기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며칠 전 카츠스 델리카쎈이 브루클린에 분점을 낸다는 기사를 읽었다. 다음에 뉴욕을 방문하면 그곳을 꼭 들려볼 참이다.

Congratulation 'Katz's  Delicatessen' Expands to Brooklyn!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추억이 된 꿈 동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