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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 정 Jun 10. 2016

홍콩의 단오절 북소리

홍콩축제 스탠리 국제 드래곤 보트 경기

집안일만 하면서도 참 정신없이 산다. 정신없이 산다기 보다는 정신 놓고 산다고 해야 할까? 날짜가 어찌 가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홍콩의 기후가 너무 더워 그렇다고 날씨 탓으로 돌려 보자.

얼마 전부터 신문을 배달받아 보는 바람에 단오가 가까워 온다는 것을 알고 홍콩 단오절의 대행사인 드래곤 보트 경기를 보러 가야겠다는 작정을 하고 단옷날인 지난 9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드래곤 보트 경기는 몇몇 곳에서 치러지는데 그중 길이 익숙한 스탠리로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 밀리는 인파로 고생하기 전에 일찍 간다는 마음으로 아침 여덟 시에 집을 나섰지만 센트럴 버스 터미널로 가니 벌써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다행히 스탠리로 가는 버스들이 시간표와 관계없이 바로바로 승객을 태우고 실어나르는 바람에  편안히 스탠리 마켓에서 내렸다. 푹푹 찌는 날씨에 홍콩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과 휴일 맞은 헬퍼들까지 가득했지만 짜증 날 일 없고 질서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멀리서 북소리가 둥둥 울린다. 아침 여덟 시부터 경기가 진행되고 있으니 한창 축제가 무르익어 가고 있겠다.

 스탠리 마켓 반대편 버스 정거장 옆길로 인파를 따라 몇 미터 걸으면 스탠리 비치로 들어서는 샛길이 나오는데 샛길부터 색색의 텐트들이 늘어서 있고 선수들이 쉬기도 하고 요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텐트장을 지나 바닷가로 들어서면 왼쪽에서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고 오른쪽에서는 요란스럽게 축제 가 한창이다. 인파 사이사이로 들어가 사진 좀 찍어 볼라 하니 밑으로 바닷물이 보인다. 슬리퍼를 신고 갈까 하다가 발 편한 단화를 골라 신고 갔는데 신발을 벗어야 할 상황이다. 가방에 늘 준비된 비닐 가방에 신발을 벗어 넣었다. 홍콩 생활에 이만큼 익숙해졌구나 하고 뿌듯해하며...

사진 좀 찍어 보겠다고 인파를 비집고 바다를 향해 섰다. 멀리 팀을 응원하러 온 보트들이 늘어서 있고   중간 지점쯤에 피니쉬 라인이 있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열 세척의 드래곤 보트가 380 미터 바닷길을 가르고 열심히 노를 저어 피니쉬 라인에 당도하는데 이분도 채 안 걸린다. 그리고 해변가로 천천히 노를 젓고 들어와 다음 팀에게 보트 패스.

열심히 물살 가르며 노 젓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망원 렌즈 필수지만 살림하는 아줌마가 망원렌즈가 어딨는가 줌 단단히 하고 찍어 사진을 잘라보련다 생각했는데 집에 와 잘라보니 그래도 거리가 멀었던 거다.

인터내셔널 드래곤 보트 경기에 스탠리에서만  참가한 팀이 사십 팀이 훨씬 넘는다고 하고 홍콩 드래곤 보트  축제 참가 선수가 4000명에, 14개국이라 하니 4000 나누기 22는.... 상당히 많은 팀이다.

눈치채셨는가? 한 보트에 드러머 1명, 앞 패들 6명, 중간 패들 8명, 뒷 패들 6명, 스티어스 퍼슨(숫 송아지 인간이란 뜻이라 함) 1명. 이렇게 22명이 팀 정원이다.

드러머는 북을 쳐서 노 젓는 데 장단을 주는 사람이고  수송아지 사람은 뱃길과 선수들을 살피며 총지휘를 한다.   경기의 진행은 여자, 남자, 혼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방송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들어오는 보트를 보며 이번 경기는 여자부구나 혹은 혼성이었구나 하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중국과 같이 홍콩의 단오는 간신들의 모략으로 유배 중 돌을 안고 바다에 몸을 던진 충신 굴원을 기리는 날이다. 바다의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마을 사람들이 잎에 밥을 싸서 찐 '종지'를 종지를 던지며 물고기를 쫓아내기 위해 북소리를 울렸다 하여 오늘날 단오절 음식은 종지이며,  북소리 둥둥 울리며 드래곤 보트를 바다에 띄운다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 그 많은 팀들이 북소리를 울리며 하루 종일 바다를 시끌벅적하게 하니 물고기들이 줄행랑을 칠법하다.

홍콩에서는 몇몇 곳에서 드래곤 보트 축제를 연다. 홍콩 아일랜드의 스탠리, 애버딘 그리고  단오 다음날부터 삼일간 센트럴 하버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드래곤 보트 경기와 란타우 섬의 타이오 마을에서 펼쳐지는 드래곤 보트 경기가 유명하고 그 외 툰문, 타이포, 청차우섬, 사틴, 사이쿵 등지에서도 드래곤 보트 축제를 갖는다고 한다. 이 시기에 홍콩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이라면 단옷날은 드래곤 보트 축제가 있는 방향으로 관광 여정을 잡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루 종일 경기가 이어지므로 주변을 구경하다 잠시 들러도 좋겠다.

한참을 구경하고 축제의 정점인 화룡점정, 눈 찍기 세리머니가 한시 반에 있다는데 땀에 젖어 참지 못하고 스탠리 마켓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원한 주스나 버블티 한잔 마시고 마켓을 둘러볼 참이다.

마켓 쪽에서도 드래곤 보트 열기는 뜨거웠다. 마켓을 지나 추출함을 달래 보려 하니 레스토랑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함은 물론이요, 가격도 시기를 틈타 50% 정도 올려 받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혼자 자리 차지하고 있기 거북해 버블티 한잔으로 납작해진 우를 살짝 불려 놓고 센트럴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밖에서 비가 내리는 게 보인다. 제시간에 버스를 타 비를 피한 나에게는 행운이지만  더위에 열기까지 더해진 축제에는 시원한 단비일 테다.

 내년 단오절에는 홍콩의 베니스라고 하는 타이오의 드래곤보트 축제를 보러 갈 생각이다. 힘껏 노를 젓고 들어온 선수들의 활짝 웃는 모습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축제 분위기가 또 기다려진다.

센트럴 인터내셔널 드래곤 보트 카니발 정보 가기

스탠리 터내셔널 드래곤 보트 챔피언쉽 정보 가기

타이오   드래곤 보트 페스티벌 정보 가기

애버딘 드래곤 보트 레이스 정보 가기

청차우 섬 드래곤 보트 페스티벌 정보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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