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받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 Jerk Nov 26. 2019

191125 잘 될거에엿

오늘의 받아쓰기

베스킨라빈스에 새로 나왔는지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이 있기에 사먹었다.

<잘될거에엿>


얼마 전 수능을 앞두고

홈플러스 SNS계정에선

순응이 끝납니다. 라는 사려깊은

위로의 글이 화제가 됐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12년의 길고 길었던 교육과정이 마무리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하고
점수에 의해 등급으로 줄 세워지고
싫어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모둔 순응으로부터
해방 될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고,
인생의 가치가 대학 순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먼저 성인이 된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 개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잘 찍길 바랍니다.
정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랍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붙길 바랍니다.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기조대로 세상과 한판 붙길 바랍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이제 세상에 불응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수험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얼만큼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위안하려 할 때 저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대신해서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성인이 된 뒤에도

거대한 교육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도

순응을 마치지 못했고

세상과 한판 붙지 못했다.

우리가 굴했던 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였다.


돈, 취업, 결혼, 출산...

인간의 프로토콜을 벗어던지지 못해서

순응을 증명하려 경쟁했고,

이따금 불응의 시도들은 좌절되곤 했다.


대전제 속에서는

결국 너희들도 순응해야 할거야.

대전제를 무시해야해.

인생에는 다 때가 있다는-

늦깎이 직장생활은 서글프다는-

누구나 다 꾹 참고 해야 하는 거라는-

혼기를 놓치면 딱한 거라는-

남들 다 있는 차 없으면 고생한다는-

애 없이 살면 노년에 후회한다는-

그 모든 전제에 물음표를 달고

홀연히 살아줬으면.


잘 될 거란 말처럼

막연하고 대책없는 응원도 없다.

그래도 한 입 가득 달콤함을 물고서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녹아내리는

의지와 다짐과 계획들

모두의 그것들이 다 달콤하게 잘 되어라 되어라 되뇌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191121 낯선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