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받아쓰기
베스킨라빈스에 새로 나왔는지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이 있기에 사먹었다.
<잘될거에엿>
얼마 전 수능을 앞두고
홈플러스 SNS계정에선
순응이 끝납니다. 라는 사려깊은
위로의 글이 화제가 됐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12년의 길고 길었던 교육과정이 마무리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하고
점수에 의해 등급으로 줄 세워지고
싫어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모둔 순응으로부터
해방 될 것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었고,
인생의 가치가 대학 순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먼저 성인이 된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 개개인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잘 찍길 바랍니다.
정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랍니다.
우린 당신이 제대로 붙길 바랍니다.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기조대로 세상과 한판 붙길 바랍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이제 세상에 불응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수험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얼만큼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위안하려 할 때 저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대신해서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성인이 된 뒤에도
거대한 교육시스템에 마침표를 찍고도
순응을 마치지 못했고
세상과 한판 붙지 못했다.
우리가 굴했던 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였다.
돈, 취업, 결혼, 출산...
인간의 프로토콜을 벗어던지지 못해서
순응을 증명하려 경쟁했고,
이따금 불응의 시도들은 좌절되곤 했다.
대전제 속에서는
결국 너희들도 순응해야 할거야.
대전제를 무시해야해.
인생에는 다 때가 있다는-
늦깎이 직장생활은 서글프다는-
누구나 다 꾹 참고 해야 하는 거라는-
혼기를 놓치면 딱한 거라는-
남들 다 있는 차 없으면 고생한다는-
애 없이 살면 노년에 후회한다는-
그 모든 전제에 물음표를 달고
홀연히 살아줬으면.
잘 될 거란 말처럼
막연하고 대책없는 응원도 없다.
그래도 한 입 가득 달콤함을 물고서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녹아내리는
의지와 다짐과 계획들
모두의 그것들이 다 달콤하게 잘 되어라 되어라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