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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 Oct 26. 2015

다시 혼자

(3)

아빠는 다시 시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짜증을 늘어갔다.


아빠가 엄마에게 짜증내면 엄마는 이유를 모르니 다시 짜증을 내고 싸우고

하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각각 나에게 서로의 푸념을 늘어놓았다.

듣고 있으면 어이가 없었지만 들으며 공감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래야 안 혼나니깐.


나도 사람이라 슬슬 화가 났다.

특히 아빠에게.


아빠는 계속 나와 동생 핑계를 되었다.

엄마랑 헤어지지 못하고  이 꼴이 되었지만 참고 사는 건 너네 때문이라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제대로 아빠 눈을 보며 말했던 것 같다.


우리 핑계 대지 말고 아빠 감정대로 해라고.

평생 조용히 참고 넘어갈 수 있으면 이대로 있고 아니면 헤어지라고.

괜히 우리  핑계되면서 우리에게 짜증 내지 말라고.


그러자 아빠는 그래도 너가 결혼할 때 이러면 결혼하기 힘들다느니 하며

이것저것 핑계를 댔다.


아빠 말도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성인 때 부모님이 이혼한 거지만 이혼가정이라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거기다가 이혼 사유가 바람으로 인한 것이라면 더 안 좋게 볼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 낳는 것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는 것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그냥  포기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평범하게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난  포기해야 했다.

그것들을 포기해서라도 엄마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나는 다시 아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런 것들 모두 생각해봤다. 그걸 모두 감수할 만큼 

엄마가 싫고 얼굴 보기조차 싫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을 아빠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엄마를 싫어할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친자식인데...... 그러면 안되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난 엄마 때문에 죽고 싶어서 죽으려고까지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입원까지 하고 약물치료까지  받았는데......


몰.랐.다


아빠는 그냥 관심이 없는 거였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관심이 없는 거였다.

나는 그 이후로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정까지 끊어버리기로 결심했다.


그 날은 혼자 숨죽여 펑펑 울었다.

나에게 부모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너무 바보 같고 안일했다.

'그래도  친자식인데......'

라고 생각했던 내가 멍청했다.

친자식이니까 더 하찮게 생각한 거였는데 그걸 또 바보 같이 혹시나 기대를 했다.


완전히 혼자라고 생각해야 했다.

또 바보같이 약간의 호의에 기대하면서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게 친부모든 누구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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