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월 동안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었다.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엄마는 짐을 챙겨 집을 나갔고, 생각보다 원만하게 아빠와 이혼에 합의해 서류 정리도 모두 끝났다.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지만 1차적인 건 모두 정리가 되었다.
서류가 정리가 되고 아빠 형제들끼리 모였다.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하며 수다를 떠는데 나중에는 대부분 엄마의 험담이었다.
아빠도 함께 엄마의 험담을 했다.
내가 끼어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 지는 정확하게 다 들렸다.
하지만 슬프지 않았다.
화가 나지도 않았다.
즐겁지도 않았고
마음이 찌릿하거나 저릿하지도 않았다.
그냥 아무 느낌이 없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나랑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인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2.
새해가 되고
갑작스럽게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우는 친구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죽게 되면 난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을 해 보았다.
아무리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해보아도
슬프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장례식에도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그냥
"아, 그래? 그래서 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할 것 같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