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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e Han Jun 13. 2020

불편함을 인내하는 용기

작업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쾌에 대하여

‘띵동’ 하고 뚝딱 만들어지는 마법의 완성품을 우리는 쉽게 접하고 소비한다. 그것이 음식이 될 수 있겠고, 복잡한 구조의 건물, 자동차, 심지어 문화도 될 수 있다.


이런 수고로움을 우리는 쉽게 간과하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엔딩 크레딧 속에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땀 흘렸던 감독, 배우, 스텝들이 십분 남짓 쉴 새 없이 내려오지만 우리는 그것을 정독하지 않을뿐더러 잘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저 한 편의 영화일 뿐이고 그 속을 구성하는 부분들인 것이다.


몇 년의 공백 후,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들게 된 생각이다. 분명 전의 일을 다시금 반복하는 일일 것인데, 이것은 나를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나를 귀찮게 했다.

공백이 있었기에 감각이 무뎌진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내 감정은 그걸 참고 넘어가지 않았다.

좀 더 빠른 방법, 좀 더 쉬운 방법.. 나는 요령을 찾는 것에 급급했고 작업의 대부분을 이러한 요령을 찾느라고 시간을 소비했다.


나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쉬운 길을 찾기 전에 일단 기본기를 다시 다지는 것이 더 작업을 쉽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중간에 다시금 깨달았다.

손을 떼고 있는 동안 전에 쉽게 손에 익어 있었던 기본 기능의 단축키라든가 그것이 어떠한 때 사용되어야 하는지부터 습득하는 것이 제일 선행되어야 할 단계였다.


이것을 깨달으니 고통스럽기만 하던 작업시간이 하나하나 배워가는 즐거움으로 채워졌다.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나 완성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보람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손이 베일 정도의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무나도 완벽하기에, 손이 닿았을 때 베일 것 같은, 완전무결한 것을 만들자는 뜻을 전했다. 돌이켜보면 '손이 베일 정도'라는 표현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었다.
"무슨 일이든 손이 베일만큼 해라.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다. 공부도, 네가 하고 싶은 일도 손이 베일만큼 해라."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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