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서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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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레터는 이주이와 이소이가 만드는 뉴스레터입니다. 살면서 신경 쓰지 않았던 서랍장을 설렘과 두려움으로 열어봅니다. 매일 밤 꿈속의 나와 무의식이 만든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하지 않아 기억에 없던 '오늘'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격주로 목요일 늦은 11시에 보내드립니다. 서랍레터 구독폼은 글 맨 아래 있습니다. 구독하시면 아카이빙 페이지 열람 및 격주로 저희의 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꿈 서신은 매일 전날 밤 꾼 꿈 이야기를 나누는 이주이와 이소이가 만드는 ‘꿈’에 관한 서랍장입니다. 각자의 꿈을 합쳐 하나의 원고를 만들고, 우리의 꿈과 관련해 떠오르는 문화예술 콘텐츠, 꿈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들을 담습니다. 아주 가끔은 각자의 사생활이 ‘조금’ 반영된 에세이를 실을 예정입니다.
Xi Zhang
The Blue Collars, Acrylic on Canvas, 60 x 72 inches, 2020
출처: https://xizhang.org/home.html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집 안 곳곳을 점검했다. 몇 번째인지 모를 문을 여니 친구들이 누워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나처럼 되지 마”라고 말했다. 나는 밤새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문을 벌컥벌컥 열었다.
악마가 나왔다.
지하철에서는 옆에 앉은 남자가 전화로 자신의 전 여자친구가 얼마나 섬뜩한 사람인지, 범죄 미스터리물을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제보하고 있었다. 남자는 큰 소리로 말하면서 기괴하게 울고 웃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소름 끼쳐서 나는 내가 내릴 역이 아닌데도 그냥 내려버렸다.
르포현장을 취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피켓을 든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갑자기 피켓을 든 사람이 되어 취재기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분간하려 애썼으나 점점 희미해졌다.
아주 작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계속. 계속. 힘들고 지겨울 때쯤 손님이 찾아왔다.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였다. 꿈속에서 우리는 아주 친해져 있었다. 나는 배달음식을 시켰고 어느새 O도 와 있었다. O와 나 그리고 상사는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런데 상사가 울기 시작했다. 자기 어머니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앞으로 6개월밖에 못 산다고 말했다. O와 나는 깜짝 놀라 그를 잘 달래서 보냈다. 갑자기 나의 엄마가 가졌던, 그러나 실행하지 못한 꿈이 뭘까 생각했다. 엄마는 사업이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당장 엄마의 사업 구상을 물어보고, 자금을 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동네를 산책하다 과거로 걸어갔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오늘이 몇 년도인지 물었다. 그는 1990년이라고 했다. 건물은 낮았고 사람들은 당시 유행하던 옷을 입고 있었다. 한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두려웠고 신났고 들떴다. 젊은 부부일 엄마와 아빠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살던 동네라 길이 훤했으므로, 잘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릴 때 어울려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빨리 죽어야 했을까. 나는 그 소식을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야 했는데, 너무 바빠서 정신없어 보이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중에 말해야겠다고 혼잣말했다. 그들은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강가에 앉았다. 두 무리의 친구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한 무리는 내가 이제 싫어하는 친구들이었다. 꿈에서는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우리가 좋았던 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뗏목을 탔다. 뗏목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날 수 있다는 듯.
설거지하던 중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전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그 실장님은 화면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왜 자기를 죽이려 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함께 일할 때 사이가 좋았던 분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는 자신을 그만 괴롭히라며 울부짖었다. 전화를 끊은 뒤, 모르는 번호로부터 엄마가 조현병에 걸려서 그랬다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그 사람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장님 미모는 여전하시네요!”라고 답장했다. 어떻게 보내야 했을까.
어떻게 도망가야 했을까. 등나무 위를 뛰어다녔고 언덕을 몇 개씩 넘자 바다였다. 나는 바다 수영으로 집에 도착했고 집에는 애인이 있었다. 씻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나는 왜 도망치고 있는 건지, 무엇을 숨겨야 하는 건지(어떤 USB를 쥐고 있었다, 불현듯)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도망치는 역할을 배정받았다고 생각했다. 집 앞에는 나를 잡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 다 포기하라 했다. 나는 포기한다고 했고 하늘에서 ‘포기’가 크게 울렸다.
다른 사람 위에 몸을 포개어 엎드려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내 아래에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이 룰렛처럼 빠르게 변했다. 그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남자라고 게이라고 레즈비언이라고 폴리아모리라고 개라고 고양이라고 포도라고 망고라고 비락식혜라고 달리기 트랙이라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는데 건반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그래도 열심히 쳤다. 엄마랑 아빠가 보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누군가 계속 목을 매 자살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계속 죽었다.
집에 모르는 남자가 들이닥쳐서 우리와 가족인 척했다. 우리는 그 남자가 불쌍해서 가족으로 받아주기로 했다. 며칠 뒤 그 남자에게 피해를 보았다는사람들이 찾아왔다. 그 남자를 받아주면 안 된다고, 자신들도 같은 상황에서 그를 받아주었다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기로에 섰다. 우리의 망설임을 눈치챈 남자는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떠났다.
대학교 친구들과 어릴 때 친구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고등학교 때 내가 살던 집으로 MT를 와 있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일찍 잠들었고 새벽에 일어났다. 친구들은 여전히 작은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방문을 조금 열어 들어가려 했는데 누군가의 발에 걸려 문틈 사이로 얼굴만 빼꼼 내밀 수 있었다. 나는 발에 걸린 문이, 그래서 아주 조금 열린 틈이, 나를 거부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문을 닫았다. 등 뒤에 누군지 모르는 여자애가 서 있었다. ‘쟤도 여기 왔었나?’하고 생각했다. 안도했다. 분명 나보다 더 겉도는 애였다. 그 애는 배낭을 메고 방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인사하려 했다.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우월감을 느꼈다.
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친구와 둘이 사람이 거의 없는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은 지상으로만 달렸고 창밖으로 풍경이 펼쳐졌다. 환승역에 도착했는데 친구는 들렀다 갈 데가 있으니 자신은 여기서 내리겠다고 했다. 나는 친구와 헤어지기 아쉬워서 친구가 들러야만 한다는 곳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친구는 거절하지는 않으면서도 자기가 어디를 들러야 하는지는 끝끝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내려 역 앞에 있는 카페에 갔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화장실 바닥이며 손잡이에 피가 낭자했다. 나는 피로 물든 바닥을 지켜보며 볼일을 봤다. 내가 여기서 피를 봤다고는 그 애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나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가 오지 않아 옆 건물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 문을 열자 피범벅이었다. 갑자기 내가 입고 있던 옷도 온통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친구 집에 친구와 내가 지켜야 하는 신발이 있었다. 나는 그 집에 (누구보다 먼저) 들어가 신발을 안전한 곳에 옮겨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지금 집에 아무도 없으니 지금 가자고 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친구 아버지가 계셨다. 우리가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바깥은 어느새 밝아져 있었다. 벌써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은 집 문을 두드리다가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서서히 좀비가 되어갔다. 나는 식칼을 들고 그들과 맞섰다. 그들을 찔렀다. 그들을 벴다―그 느낌이 꿈의 바깥까지 생생하게 남았다―그들은 죽지 않고 계속 다가왔다. ‘왜 안 죽지?’ ‘왜 안 죽지?’ 생각하고는 제발 죽어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아픈 기색 없이.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각자 짐을 싼 뒤 만나기로 했다.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내가 지하철에 들어서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역마다 새로 타는 사람들도 나를 쳐다보았다. 뭐가 묻은 건가, 하고 얼굴을 만져봤는데 마스크를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내려서 자판기에서 마스크를 사서 꼈다.
친구와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리트리버를 데리고 탄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리트리버를 데리고 플랫폼에서 라면을 먹었다. 손에 길고 얇은 전선이 자꾸 감겼다. 전선은 자꾸 길어지고 저절로 매듭이 생겼다. 우리는 직원을 불러 전선을 제거해 달라고 하고 막 들어온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에게 먹고 있던 라면을 넘겼다. 그러는 도중에 지하철 문이 닫히고 출발해버렸다. 친구와 리트리버만 탄 채. 나는 당황했고, 리트리버의 주인들은 눈을 돌렸다. 태평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했지만, 친구는 받지 않았다.
동그랗게 서서 한 명을 가운데 세워둔 후 공을 뺏는 게임을 했다.
잘못했다고 빌었다. 나를 뿌리치는 친구에게 내가 미안하다고 실수였다고 빌었다. 나는 잘못을 했을 때 바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얼버무렸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소이
꿈에서 깼을 때 서사는 거의 지워져 있었다. 오직 이미지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지를 쌓는 느낌으로 꿈을 섞었다. 특히,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처럼 흔히 ‘말’이나 ‘글’로 전달되는 감정도 꿈에선 이미지로 겪었다. 꿈을 기다리기 좋은 날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에서 ‘잊지 못할’에 방점 찍는 사람이다. 좀비가 되어가는 사람들을 식칼로 찌르면서 알게 되었다.
이주이
현실이 조금 피로해서 꿈으로 도망가고 싶은 날에도 번번이 내 바람은 비껴간다. 꿈속에는 현실에서 안부조차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꿈속의 나조차 의아하다고 느낄 만한, 가장 그 사람답지 않은 모습으로. 이럴 때면 나는 ‘누가 내 생각을 하면 내 꿈에 그 사람이 나온다’라는, 구전으로 떠도는 믿거나말거나식의 가설에 무게를 더해보기도 한다.
나 역시 ‘평생 잊지 못할 상처’에서 ‘잊지 못할’에 방점을 찍는 사람인 듯하다. 앞서 말한 믿거나말거나의 가설이 정말 거짓이라면, 내게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멋대로 뿌리 내린 뒤 깊은 곳에서 움트고 있는 기억이 있다. 아마 나는 그 기억들을 줄줄이 꺼내고, 겪어내며 사는 중일 것이다. 다행이면서도 서글프고 두려운 일이다.
1. 쩡판즈, 「가면 시리즈 1998 No.26」
Zeng Fanzhi
Mask Series 1998 No.26
출처: http://www.artnet.com/artists/zeng-fanzhi/no-26-from-mask-series-tQFOa8eCRtNMpkWHcqfDjw2
“다른 사람 위에 몸을 포개어 엎드려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내 아래에 누워 있는 사람의 얼굴이 룰렛처럼 빠르게 변했다. 그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남자라고 게이라고 레즈비언이라고 폴리아모리라고 개라고 고양이라고 포도라고 망고라고 비락식혜라고 달리기 트랙이라고 말했다”를 읽으면 꿈속에서 포개져 있던 두 사람 모두 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면 시리즈 1998 No.26」를 보면 같은 옷을 입고 있어 순간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지만, 사실 액자를 보고 있는 장면이다. 뒷모습만 보이는 화면 속 인물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도 같고, 쓰고 있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나는 그가 ‘(오늘의)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 뿐 사실 언제나 대명사로서 ‘가면’을 쓰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쩡판즈는 ‘가면 시리즈’로 유명한 중국의 현대미술가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군중을 ‘가면 쓴 얼굴’로 압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나는 ‘진짜’와 ‘나다움’을 찾는 데 시간을 쏟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내가 매 순간 고르고 있는 가면들마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현대인의 캐치프레이즈는 내게 상실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다.
2. 강철규, 「Sophie」
강철규
Sophie, 2018, Oil on canvas, 72 x 90cm
출처: http://www.gallerygabi.com/bbs/addon.php?addon_id=previousview&no=187&ca_no=44
“친구는 거절하지는 않으면서도 자기가 어디를 들러야 하는지는 끝끝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나는 피로 물든 바닥을 지켜보며 볼일을 봤다. 내가 여기서 피를 봤다고는 그 애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를 읽고 떠올린 그림이다. 꿈속의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과 방관을 택한다. 꿈속에 내가 그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잘 알 것 같다. 그게 가장 쉬우니까. 이 그림은 그렇게 무기력하게 쉬운 길을 택하고 마는 내 뒷모습 같기도, 나의 방관으로 인해 끝끝내 이해받지 못한 어떤 인물의 뒷모습 같기도 하다.
1. 이진아-「내가 사라지면 너는 울까」
https://www.youtube.com/watch?v=ophs0I4jpeA
“방문을 조금 열어 들어가려 했는데 누군가의 발에 걸려 문틈 사이로 얼굴만 빼꼼 내밀 수 있었다. 나는 발에 걸린 문이, 그래서 아주 조금 열린 틈이, 나를 거부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 ‘쟤도 여기 왔었나?’하고 생각했다. 안도했다. 분명 나보다 더 겉도는 애였다”를 읽고 생각한 노래다. 대체로 나는 먼저 연락하거나 다가가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엔 누군가 내게 다가올 때까지 꼼짝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 나를 기준으로 소외의 순위를 매기는 끔찍한 일도 했다.
사랑과 우정과 연대를 확인하려 할 때 그 크기가 크든 작든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없어도 넌(너흰) 괜찮을까?’ ‘내가 있어도 없는 걸까?’ (…) 내가 사라지면, 너(너희)는 울까?
이진아 「내가 사라지면 너는 울까」는 ‘안테나’ 소속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안테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가면 볼 수 있다. 초기 스케치를 비롯해 후반 작업을 거치지 않은 데모, Bside cut나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하는 장르 등 무한한 형태를 지닌다. 또한 음악과 함께 공개되는 사진과 영상도 아티스트가 직접 준비한다. 「내가 사라지면 너는 울까」는 시티팝 같은 느낌에 이진아의 랩까지 들을 수 있다.
2. Current Joys- 「A Different Age」
https://www.youtube.com/watch?v=n1h1AOeVQ38
1. 김건- 「내 꿈은 컬러꿈#1: The Green Moon」
“강가에 앉았다. 두 무리의 친구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한 무리는 내가 이제 싫어하는 친구들이었다. 꿈에서는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우리가 좋았던 때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뗏목을 탔다. 뗏목이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다. 날 수 있다는 듯.”
김건 감독님의 단편영화 「내 꿈은 컬러꿈#1: The Green Moon」이 생각난다. 하늘에 뜬 녹색 달(Green Moon)을 보고 숨어 있던 용기를 내는 주인공은 ‘잘나가는 무리’에 들게 된다. 하지만 그 집단은 자신이 꿈꾸던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는 결이 많이 달라진 사람들과 좋았던 한때를 보냈다. 결별해버린 시절은 그리움이라기보다 안도다. 이상하고 뜨악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 그 사람들하고만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꿈속에서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이.
이 영화는 현대카드에서 2019년에 제작했다. 현대카드의 프리미엄 카드의 정체성을 판타지로 풀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The Green Moon」 「the Red Door」 「the Purple Rain」 「the Black Jean」이고 이를 합쳐 『내 꿈은 컬러꿈』으로 상영했다. 현재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2. Tim Egan-「Curve」
https://www.youtube.com/watch?v=ORgrHO0qO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