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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인 Oct 03. 2015

인턴 (The Intern, 2015)

내 안에도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음악가에게 은퇴란 없다고 해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에는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최근에 들었던 말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 말은 영화 <인턴 (The Intern, 2015)>을 여는 말이다. 현재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일까. 내  마음속을 뒤흔든 이 말은 이상하리만치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쭈욱 그대로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 <인턴>은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 신화를 이룬 30세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의 회사에 70세의 벤(로버트 드 니로)이 인턴 사원으로 들어가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벼움 속에 볼거리가 참 많은 영화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역에 착 맞는 섭외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매력을 선보인 이는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70세의 인턴 벤이다. 70세의 노인으로 변신한 로버트 드 니로의  첫인상은 분명 낯설음이었다. 나에게 로버트 드 니로는 <대부 (The Godfather)>와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를 통해 '남자'의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워짐에 일종의 참담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남자였다. 작품 속 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쿨 내가 진동하는 젠틀맨"이었다. 70세의 노인도 이렇게나 멋진 '남자'일 수 있구나를 보여준 로버트 드 니로. 그는 어느새 성난 젊은이에서 멋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가 있으니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줄스다.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나타난 앤 해서웨이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잘 맞는 옷을 입으면 편하다. 그건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라는 작품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단 내가 보지 못했다) 앤 해서웨이라는 배우는 역시 이런 도시 여자가 어울린다. 뭐, 그렇다고 해도 '차도녀'는 영 아니지만. 서글서글하면서도 말괄량이인, 옷을 잘 입는, 때로는 그 커다란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도 좀 흘릴 줄 아는 그런 도시 여자. 이 영화에서 나오는 줄스의 모습이며, 이는 분명 앤 해서웨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다.



  드라마적인 연출도 굉장히 훌륭했다. 어찌 보면 참 쉴 틈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호흡이 가쁜 연출인데, 그 속에서 나오는 위트 있는 대사와 행동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그야말로 깨알 같은 웃음. 유쾌했다.


  드라마로써는 다소 길 수도 있는 2시간의 시간을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고  지루해하지 않을 수 있었다. 분명 재미있었고, 예뻤고, 멋졌다. 


  좋은 영화가 반드시 무겁거나 진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심오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이렇게 가볍고 유쾌하면 된다. 밝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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