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과 남산타워 중 뭐가 더 높아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세상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63빌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63빌딩이었다.
6~7살 즈음, 63빌딩에 유치원 친구들과 단체로 견학을 간 적이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친절한 직원 누나가 여러 가지를 설명해 줬다. 귀가 먹먹하고 아픈 이유, 63빌딩의 의미, 63빌딩의 시설 기타 등등,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를 이야기였다. 설명이 이어지던 중 친구 녀석이 불쑥 질문을 했다. 궁금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누나 63빌딩이랑 남산타워랑 뭐가 더 높아요?
누나는 당황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침착하게 준비된 대답을 해줬다.
"건물 높이로만 따지면 63빌딩이 더 높지만, 해발 높이로 따지면 남산타워가 더 높아요."
당시에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63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있다는 것도, 이 높이는 뭐고 저 높이는 뭔지도, 왜 어떤 때는 63빌딩이 높고 어떤 때는 남산타워가 높은지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게다가 사실 난 당시 남산타워란 게 뭔지도 잘 몰랐다.
이 일이 제법 충격적이었는지 나는 이 오래된 일을 잘도 기억하고 있다. 그것도 꽤나 선명하게.
사실 더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유치원에 돌아온 아이들, 63빌딩이 더 높다는 쪽과 남산타워가 더 높다는 쪽으로 파가 갈려 싸우는 일이 벌어졌다.
"63빌딩이 더 높다니까 바보야!!", "아니야 멍청아! 누나가 말했잖아! 남산타워가 더 높아.", "아니거든!!", "맞거든!!", …….
얼마 전 한강에 나갔다가 오래도록 63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청이들, 세상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63빌딩이야.
그렇게 생각하던 꼬마가 63빌딩을 무척이나 그립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