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배운다.
뭘 배우면 곧 잘 못하지만 (대부분 곧 잘한다고 하겠지만 나는 생각보다 곧 잘하게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배우는 건 언제나 즐거웠다.
요즘은 필라테스를 배운다. 다른 사람들은 필라테스 하는 자신한테 취한다던데 나는 내가 필라테스 하는 꼴이 좀 보기 싫다. 꼴 보기 싫어.. 그래도 하고 나면 개운하고 뿌듯하긴 하더라.. 아무튼 나는 다행히 잘하는 건 없지만 하고 싶은 건 많은 편이다.
먹고 싶은 게 없는 거 보단 먹고 싶은 삶이 풍부하고, 잘하지는 못해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편이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만 좀 접어둔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남들보다 빠르게 잘하진 못해도 꾸준히 익숙해지는 것이 참 즐겁다.
나도 꽤나 게으른 완벽주의였던 때가 있었다. 뭐든 잘하고 싶어서 하는 게 두려웠던 순간들 말이다. 그런데 그게 또 하도 실패하다 보니 '이깟 실패 따위' 이렇게 된 것이다. 아주 사소한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귀결되지 않을 것이고 그까짓 실패와 실수는 어떻게든 수습이 될 것이라는 걸 몸소 깨달은 결과랄까..?
뭐 난 아무것도 못해요 ㅠㅠ 하고 손만 놓고 있지 않다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전화 돌리고 물어보고 하면 결국 모두 해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일단 해보는 것이다. 뭐든 후회를 남기느니 적당히 무모하고 적당히 발 뺄 수 있는 어중간한 자세로 발을 담그는 것이다.
뭐든 무모하게 고 하는 사람보단 겁쟁이 실행러가 낫고, 겁만 내다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보단 약간 겁쟁이 같아도 일단 발 한번 담가 보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