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일드랜드 May 08. 2019

#45. 준비없이 미국 횡단한 이야기

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어쩌다 보니, 미국동부 오하이오 주에 차와 함께 뚝 떨어졌다. LA 까지는 최단거리로 가도 약 4,000킬로미터. 이왕 이렇게 된거, 가고 싶은 곳 다 들르고, 있고 싶은 곳에 있고 싶은 만큼 있으면서, 그냥 대충 서쪽 LA를 향해서 발길 닿는대로 가보기로 한다. (거지?)








잠은 차에서 잔다. 아침과 점심도 차에서 해 먹고, 저녁은 그 도시에서 가장 먹고 싶은 식당에 가보기로 한다. 날씨는 이미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고 있다. 캠핑장비가 아무 것도 없다. 꼭 필요한 몇가지만 준비해 본다. 잠을 자기 위한 침낭과 에어매트, 밥을 해먹기 위한 브루스타와 냄비. 뭐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날씨가 꽤 추울 수 있으니 침낭은 좀 좋은 걸로 사본다. REI 에서 프리미엄 라인에 있는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Marmot 에서 나온 Never Summer 0F. 영하 18도에서도 사용가능한 극한환경용이고, 촉감이 정말 너무너무 부드럽다.








REI 는 미국에서 가장 큰 캠핑용품 체인점이다. 여기 회원으로 가입하면, 구매한 대부분의 물건들을 이유없이 1년 내 환불을 해준다.







차 바닥에 깔고 잘 에어매트. REI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보통 에어매트의 문제점이, ‘등’ 을 비롯한 몸의 특정 부위가 눌려서 불편하다는 건데, 이건 에어매트 위에 특수 섬유를 덧대서 상당히 부드럽다. 원래 난 에어매트 안쓰고, 그냥 일반 가정용 폼 매트리스를 그대로 차에다 깔고 자는데, 이번엔 상황상 어쩔 수 없으니 한번 써보기로 한다. REI 브랜드의 Camp Bed 3.5. 여기서 3.5는 두께를 말한다. 숫자가 클 수록 더 두껍고 편안하며, 접었을때 부피가 커진다. 백패킹이라면 접었을때 부피/무게와 편안함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겠지만, 오토캠핑은 고민할 것도 없다. 무조건 두꺼운 거!










그리고 식사를 위한 브루스타와 후라이팬. 앞서 살펴본대로, 미국에서는 부탄가스 보다는 프로판 가스를 많이 쓰지만, 차 안에서 간편히 꺼내 쓰기엔 브루스타만한게 없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태어나서 이 동네는 처음 와 본다. 추신수 때문에 익숙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와 유명 골프 브랜드인 클리블랜드가 생각날 뿐 전혀 아는 것도 없다. 영화 Money Ball 초반에 브래드피트가 트레이드 딜하려고 왔다가 무시만 당하고 엿먹은 뒤, 피터브랜드를 발견한 곳이 이곳이었다.








대충 구글 검색을 해보지만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도 없다. 그냥 차를 타고 한바퀴 돌아본다. 미국의 평범한 시골이지만, 자연이 너무 아릅답다.








일정이 정해져 있는 것도 없고, 동행도 없다. 그냥 느긋하게 차 세우고 싶은 곳에서 차 세우고, 자고싶은 곳에서 자면 된다.








너무 조용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하루를 더 잤다.







내가 원래 여행할때 한국음식을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준비된게 너무 없어서 라면은 좀 있어야 할 듯. 검색해보니 이 클리블랜드에도 한인마트가 있다. 비오는 미국 시골에서 라면.. 진짜 짱이다..








자 이제 어디를 가볼까? 지도를 열어보니 북쪽에 디트로이트가 있고, 반대방향이지만 약간 동쪽에 피츠버그, 그리고 서남쪽으로 콜럼버스가 있다. 과거의 자동차 산업의 영광을 뒤로하고 유령도시로 전락했다는 디트로이트도 좀 궁금했지만, 지금도 춥고 비가 쏟아지는데 더 북쪽으로 가긴 싫다. 콜럼버스로 가본다.








2018년 개봉한 영화 Ready Player One 에서 배경이 되는 도시가 바로 이 도시, Columbus, OH 이다. 2045년에 엄청 뜨는 도시라고 묘사되어 있지만, 지금의 콜럼버스는 작은 시골 도시일 뿐, 유명한 관광지도 없다. 이럴땐 시장을 가야지. 가장 큰 해산물 시장인 ‘North Market’ 을 가본다.








실패하기 어려운게 또 미국 시골의 공원이지. Goodale Park. 3일 내내 죽어라고 비만 오더니 잠깐 해가 뜬다. 차를 세우고 공원에 누워서 여유를 즐겨본다.








구글맵에서 대충 그럴듯해 보이는 Schiller Park 라는 공원도 가본다. 여긴 공원을 둘러싼 마을이 넘 이쁘다.








다음 도시는 신시내티. 역시 추신수가 있었던 도시이며, 영화 ‘The Great Buck Howard’ 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났던 도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인데, 호불호가 좀 있다.)






역시 전혀 아는 것도 없고 준비도 없이 왔는데, 오우 신시내티 도시 너무 마음에 든다. 도시 전체가 작지만 아담하면서 이쁘고 아름답다. 몇달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도시다. 그 중에 특히 이 Eden Park 는 정말 짱.






잼난건 도시 중앙을 관통하는 Ohio River 를 경계로 북쪽은 오하이오 주, 남쪽은 켄터키 주라는 것. (다리 남쪽 켄터키 주는 신시내티 시는 아니다.) 신시내티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John A. Roebling Suspension Bridge 를 켄터키 주로 걸어 넘어가서 찍어본다.






다음은 마이클잭슨의 고향인 인디애나 주로 넘어간다. 어제 신시내티 남쪽 켄터키주에서 잤기 때문에 순식간에 켄터키 -> 오하이오 -> 인디애나 주로 3개의 주를 이동했다. (3개의 주를 이동하는데 1시간도 안 걸림) 마이클잭슨의 고향인 Gary 라는 도시에 가보고 싶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추워서, ‘인디애나폴리스’ 만 들렀다가 피를 피해서 서쪽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가장 유명한건 아무래도 Indianapolis 500 자동차 경기가 열리는 Speedway 자동차 경기장.







도시를 지날때마다 그 도시에서 젤 먹고싶은 식당을 하나씩 골라서 들렀는데, 클리블랜드와 콜럼버스, 신시내티는 그저 그랬고,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대박 햄버거를 먹게됬다. Bub’s Burger.





엄청 유명한 도넛집이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뭐.. 내 입엔 Krispy Kreme 랑 똑같다. (Long’s Bakery - 줄은 진짜 겁나 서던데..) 이제 세인트루이스로 넘어간다. 순식간에 인디애나 주에서 일리노이 주를 거쳐서 미조리 주까지 왔다. 단풍이 절정이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한 (스쳐 지나간 이름없는 도시를 포함해서) 거의 100개 가까운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 세인트루이스. 그 중에서도 Forest Park 는 세인트루이스의 백미다. 정말 아름답다.






세인트루이스의 랜드마크인 Gateway Arch. 구글에서 사진으로 봤을때는 그닥이었는데 (아마 동선이 빗나갔으면 굳이 안봤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보니까 진짜 짱이다. (4일내내 비가오고, 카메라 렌즈도 적합한게 없어서 사진은 퍼옴)

[사진출처 : blooloop.com]






과거 서부개척시대에, 세인트루이스는 동부에서 서부로 가기위해서 반드시 거쳐가야했던, ‘서부의 관문’ 이다. 이를 상징하는 기똥찬 의미와 함께, 예술적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조형물로 자유의 여신상 보다도 2배 높으며, 조형물 안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꼭데기로 올라가 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다. 건축물 단 한개로 도시를 얼마나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기도 넘 잼있었다. City Museum 이라는 곳인데,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도 좋아하는 놀이터.






내부엔 사진촬영이 안되서 퍼옴.

[사진출처 : trover.com]






작지만 이 아름다운 도시에 4일이나 있었다. 근데 4일 내내 비가 주구장창와서 사진을 못 건진게 아쉽다. 담에 또 와야지 세인트루이스! 이제 중부의 마지막 도시가 될 캔자즈시티로 간다. 캔자즈시티는 도시가 완전히 2개의 주 (캔자스 주, 미조리 주) 로 싹뚝 나뉜다. 따라서, 캔자즈시티에 산다면 어느 주의 캔자즈시티인지를 말해야 한다. (신시내티는 2개의 주에 걸쳐있는게 아니다. 시각적으로는 2개의 주에 걸쳐진 것 처럼 보이지만, 강 남쪽은 신시내티가 아니다.)






위 사진은 주 경계에 걸쳐있는 도로다. 이 한산하고 작은 도로가 캔자스 주와 미조리 주를 나누는 주 경계다. 길을 경계로 마주보는 앞집은 서로 다른 주에 사는 이웃이 된다. 다음은 캔자즈시티를 대표하는 The Nelson-Atkins Museum.






그 중에서 이 셔틀콕 조형물은 캔자즈시티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많이 사용된다.






우연히 지나다 들른 Mission Hills 골프장. 페블비치 처럼 아름다운 동네안에 골프장이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골프장도 아름답지만, 동네도 아름답다. 워낙 준비없이 시작된 유랑이라 골프채는 없다. 젠장.





이제 서부로 넘어간다. 캔자스시티에서 중부의 ‘대평원’ 을 지나면 서부 사막지대의 입구인 콜로라도 주가 나온다. 이 ‘대평원’ 은 옥수수밭만 10시간이 이어지는 글자 그대로 ‘대평원’ 이다. 이런 나라와 농산물로 경쟁한다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작전이다.






내가 사랑하는 서부 사막의 관문. 콜로라도 입성! 콜로라도 주에만 4개의 국립공원이 있고, 수십개의 주립공원, National Monument, National Historic Trail 등 주 전체가 관광지인 익사이팅한 동네다. 먼저 콜로라도스프링스를 간다.






지도로 볼때는 동네 유원지같은 느낌인 Garden of the Gods. 실제로 가보니 완전 대박이다.






거기서 멀지 않은 Pikes Peak. 산 입구까지 시내에서 20분 밖에 안 걸리는 동네 뒷산같은 위치에 있는 산인데 높이가 무려 4,300미터!! 그렇다. 미국은 4300미터 정도는 그냥 차타고 마실간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진 눈으로 입구 폐쇄. 개장 시간 맞춰서 일찍 들어가려고 줄섰다가 그냥왔다.. 그래 담번에 또 볼 것도 남겨둬야지. (아래 그림은 퍼왔다.)

[사진출처 : coloradodirectory.com]






다음은 다소 좀 의외로 미국 공군사관학교가 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위치해 있다. 대중에 개방되어 있다고 해서 가봄. 항공기 재료로 만든 교회가 인상적.





Royal Gorge (해발 2천미터에 설치된 현수교) 를 지나서, (사진은 포인트를 잘 못 잡아서 퍼옴.)

[사진출처 : royalgorgebridge.com]






콜로라도 스프링스 남쪽에 위치한 Sand Dunes National Park 로 간다. 솔직히 국립공원 자체는 그냥 그랬지만 그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기서 1박을 했다.






이제 다시 북쪽으로! 콜로라도스프링스를 다시 지나서 덴버를 지나,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입성. 눈이 겁나게 오는데 밤에 도착해서 캠핑장 찾는데 겁나 힘들었다. 와보니 60칸이 넘는 드넓은 캠핑장에 딱 한팀이 와있슴. 맘에 드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아래 사진은 다음날 아침)







아침에 인나보니 순록들이 풀을 뜯고 있고







우리집 앞 풍경이 예술이구나! (어젯밤엔 바람만 겁나 불었던 거고 생각보다 적설량은 많지 않았음. 밤에 뭐가 보여야 말이지..)






Rocky Mountain 국립공원은 크게 동쪽과 서쪽 영역으로 나뉘고, 이를 연결하는 Trail Ridge Road 라는 길이 해발 3,500미터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겨울엔 눈이 너무와서 폐쇄를 한다는.. 이런.. 준비없는 방랑의 단점이다.






할 수 없이 산을 다시 내려와서 무려 3시간 반을 빙빙 돌아서 동쪽 Grand Lake 로 간다. 산넘어가면 50마일 밖에 안되는 거리를...






오 근데 힘들게 온 보람이 있다. 머릿속에 상상했던 바로 그런 풍경이 내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호수와 눈덮힌 산. 캬~






자 이제 이번 방랑의 하이라이트인 ‘Moab’ 으로 간다. 이번 방랑엔 계획도 동선도 일정표도 없지만, ‘Moab’ 은 반드시 들른다는 한가지 전제는 있었다. 가는 길에 Black Canyon National Park 도 들른다. 캐년은 그냥 특별함 없는 무난한 캐년이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이제 ‘Moab’ 이 있는 유타주로 입성! 고향에 온 기분이다. ‘Moab’ 은 ‘오프로드의 성지’ 로 불린다. 오프로드로 유명한 국립공원인 캐년랜즈와 아주 대중적인 인기 국립공원인 아치스가 위치해 있으며, Moab 주변에 엄청난 오프로드 코스들이 꽉 차 있어서, 오프로드 매니아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아래 사진은 Lion’s Back!!!

[사진출처 : jpfreek.com]






먼저,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지인 ‘Hell’s Revenge’ 를 가본다. 여긴 국립공원도 아니고 심지어는 주립공원도 아니다. 그냥 작은 (어디까지나 국립공원에 비하면 작은 거지만) 동네 놀이터인데, 재미로 친다면 그랜드캐년이나 자이언캐년을 능가하는 Offroad Park 이다. 흔히 오프로드라고 하면 포장이 안된 흙길을 연상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오프로드는 바위타기 이다.

[사진출처 : jk-forum.com]






체감상 수직절벽으로 보이는 바위를 차로 기어올라가고






앞도 보이지 않는 내리막을 내려가야한다.

[사진출처 : pinterest.com]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300마력 이상의 출력에 4LO 와 Rear Lock Differential 등 오프로드의 필수 기능들을 다 갖춰야 하며, Ground Clearance (바닥에서 차 하부까지의 공간) 가 30cm 이상 되야 들어갈 수 있다.

[사진출처 : jeep.com]







만약 들어올 수만 있다면, 많은 경험을 한 여행자들도 결코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차 끌고 등산해서 대청봉 올라가는 기분??







Fins and Things 등 이 동네 대부분 유명 오프로드 코스를 다 돌다보니 거의 일주일을.. 여기에 살까 그냥?







아쉽게 Moab 을 뒤로 하고, 애니매이션 ‘카’ 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으로 유명한 Monument Valley 로 향한다.








멋지지만 오랫동안 지낼만한 곳은 아닌데, 대박 마음에 드는 노천캠핑 스팟을 발견해서 여기서 2박이나 했다.








미국은 생각보다 노천캠핑이 어렵다. 대부분의 도로와 산, 공원은 정해진 캠핑장을 제외하고는캠핑이나 차박을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나 국립공원 주변과 같은 관광지들은 더더욱 엄격하다. 따라서, 좋은 노천캠핑장소를 찾아내는건 우리같은 캠퍼들에겐 금광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이제 슬슬 캘리포니아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이제 아름답다는 말 보단 예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도시, 세도나에 도착. 맘만 먹으면 하루만에 집에 갈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세도나는 정말 예쁜 도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기가 가장 충만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박찬호, 류현진 등 운동선수들이 기 충전을 위해서 오는 곳이기도 하다.









산 중턱에 만든 예쁜 교회







그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캠핑지 Joshua Tree National Park 이제 캘리포니아!








총 25일을, 거의 10,000km 뛰고, 100개 가까운 도시들을 지나쳤다. 물론 길가의 작은 도시들까지 포함한 거지만.

기름값만 60만원이 들었으나, 숙박비 0원 (100% 차박), 식사비 약 50만원. 매우 뿌듯한 방랑이었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