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하는 오빠가 있다.
참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있다보면
왜 늦게왔어
왜 그랬어
왜 안했어
왜 왜 왜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달고 산다.
근데 "그럴 수 있지"라고 한번 생각을 가다듬고 나면 사실 별 일 아닌 일이 많다.
14세에서 16세, 아직 미성숙한게 당연한 나이인데 너무 높은 기준치를 가지고 거기에 맞추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를 안했는데 잠이와?'
나도 학생일 때 들어본 잔소리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잠은 언제나 온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도 찾아오는 잠을 숙제때문에 참는 건 어른도 힘든 일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노트 검사를 하는데 노트 필기를 빨간색으로 해왔다.
"어떻게 넌 필기를 빨간색으로 할 수가 있어, 넌 이게 잘 보여?"
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검정색으로 하라고 말씀 안하셨잖아요."
노트필기를 검정색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해왔는데, 이건 나에게만 당연한 일이었나보다.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애들이 참 기발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