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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5. 2017

반디와의 10년

3. 새로운 경험들


3. 새로운 경험들 (6)


  이모는 나와 요섭이 중학생으로서의 생활에 잘 적응할지 약간의 염려를 했다. 처음 입는 교복. 드디어 시작되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다가올 사춘기. 나는 이모의 걱정대로 조금 주춤 했지만 이미 어려운 상황을 겪어본 터라 다소 심드렁하게 지났다. 그러나 요섭은 모든걸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 까짓거 못하면 할 수 없지 뭐. 이렇게 거침없이 말하는 요섭을 보면 허세인지 진심인지 헷갈렸다. 

그러나 과연 요섭은 전반적으로 쉽게 살았다.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있는 교복을 불편해서 어떻게 입고 다닐까 했는데 그냥 티셔츠에 청바지 입듯 구겨지든 말든 옷이 삐져나오든 말든 입고 다녔다. 늘어난 과목과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드러내놓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특별히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엔 여전히 농구를 했으며 변화가 있다면 축구까지 하느라 집에 돌아오면 옷이고 가방이고 온통 흙투성이 일 때가 많았다. 이모가 미처 털어주거나 세탁 해주지 못했어도 다음날 입고 나서는 걸 보면 눈에 띄는 더러움이 대충 날아가 있었다. 촉각을 세우고 예민하게 살던 그냥 무신경하게 살던 결과는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섭을 보면 가끔 든다.

중학교는 인생에서 자율적 삶을 살기위한 첫 번째 단계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이모에게 요섭의 무난한 적응은 다행스러웠으며 그걸 보는 나도 덩달아 괜찮았다. 무심하면서도 무심하지 않은 요섭은 나에게 근거 없는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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