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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5. 2017

반디와의 10년

3. 새로운 경험들


3. 새로운 경험들 (7)


  앞집의 해피가 죽었다. 이름은 해피였지만 해피하지 않게 살다가 갔다. 앞집의 귀한 외동아들 대희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으므로 키우게 되었는데 문제는 대희 엄마 아빠가 해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해피는 그 집에 와서 3달을 베란다에서 살았다. 이모가 아파트인데 그냥 안에서 키우는게 좋지 않겠냐고 여러 번 말해주었지만 냄새나고 대소변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했다.

피터는 그 부부를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드러내놓고 싫어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먼저 아는 척도 하지 않을 정도여서 이모뿐 아니라 함께 있을 때는 나도 좀 곤란했다. 

  어느 날 아침, 급히 벨이 울려 나가보니 하얗게 질린 얼굴의 대희엄마가 서 있었다.

아침을 먹는데 해피가 자꾸 낑낑대서 베란다 문을 열어주었더니 너무 좋아 거실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가 계란 씌운 소세지를 하나 주었더니 냉큼 집어 먹고 그게 목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하더니 그만 죽었다고 했다. 베란다에서만 있다가 거실에 들어오니 흥분을 했었던가보다. 불쌍한 해피.

대희엄마는 개들이 영물이라는데 죽어서 해꼬지 하면 어떻게 하냐고 턱을 부들부들 떨었다. 해피가 죽은 것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올 후한이 두려운 그녀가 괘씸했다. 

이모는 싸늘하고 냉정하게 ‘그러게요. 개는 정말 영물이라는데 두려움이 크겠군요’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대희 엄마는 공포영화라도 보고 난 얼굴이 되어서 돌아갔다. 

  우리에게 대희네는 천하에 제일 나쁜 사람들이 되었다. 요섭은 대희 바보 같은 놈을 입에 달고 다녔다. 

며칠이 지났을 때 대희 엄마가 화가 난 얼굴로 찾아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요섭을 만났는데 인사는커녕 아는 척도 안 하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줌마가 싫어서 그래요 라고 했단다. 그리고는 해피가 대희 장난감은 아니었잖아요 라고 말하더니 입을 꽉 닫더란다. 

이런 경우 이모는 내가 애들을 혼 낼테니 마음 풀라고 말 해 줘야 하는데 그렇게 안 했다. 그랬군요, 제 생각엔 앞으로 개 키우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대희엄마는 섭섭한 얼굴로 돌아갔다.

이모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해해주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우리는 해피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대희네와는 화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날 밤, 꿈에 해피를 보았는데 눈을 반달로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꿈 이야기를 듣고 이모는 해피가 좋은 곳에 간 것 같다고 하더니 대희네 가서 이야기 해주어야겠다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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