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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7. 2017

반디와의 10년

4. 여름휴가


4. 여름휴가 (2)


  실로 오랜만에 집안은 활기가 넘쳤다. 반디도 덩달아 좋은지 입이 반쯤 벌어져서 웃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휴가지는 사북으로 정했다. 사북이 정해진 이유에 대해서 이모와 피터는 자세한 설명을 했다.

첫 번째는 그곳은 낮은 기온으로 여름에 가기에는 적격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그곳은 카지노가 있는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상반적인 두 문화가 만나는 특이한 곳이라는 점이다. 상반적인 두 문화 중에서 현재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어두운 쪽을 보고 만족스러운 사람은 즐거운 쪽을 보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는데 사북은 절대 여름 후가지로 선택받는 곳이 아니므로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이유로 반디를 데리고 가기엔 만만할 것 같기 때문이다.

휴가를 갈 때 반디가 갈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피터와 요섭은 인터넷으로 펜션을 찾았다. 저렴하면서 좋은 곳을 찾느라 거의 하루 종일 둘이 붙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같은 남자라서 그런지 반디까지 끼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여길 다 놀러 가나 싶을 만큼 펜션은 많았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의 차이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이미 들뜬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즐거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반디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면 아무리 허름한 곳이라도 상관없다. 

괜찮다 싶은 곳이 나오면 전화를 걸어 강아지를 데리고 가도 되는가를 물었다. 피터는 저쪽에서 안 된다고 하면 금방 퉁명스런 목소리가 되어서 거긴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티를 몰상식하게 냈다. 

데리고 가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냥 안 된다고 하면 될 것을 어림없으니 생각도 말라는 투로 말하는 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이 피터의 설명이었다. 

피터는 억울함을 얼굴에 잔뜩 담고서 반디에게 다음에는 미국에서 태어나라고 말했다. 피터는 외국이면 모두 미국으로 표현을 한다. 10번째에서도 한참을 넘기고서야 겨우 데리고 와도 된다는 곳을 찾았다. 피터는 보이지도 않는 펜션주인에게 인사까지 하면서 고마워했다.

전화를 끊는 피터의 얼굴은 흡족함이 가득했으며 보지 않아도 주인이 좋은 사람일거라고 짐작했다.

  피터는 점점 사람에 대한 모든 기준을 그가 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정했다. 평소 싫어하던 사람이 개를 좋아한다고 하면 단박에 호의를 보였고 괜찮은 사이였지만 개를 싫어하면 그가 인간적으로 매정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우리에게도 중요한 인생의 진리를 알려주듯이 개를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것을 명령했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 없이 평생의 지침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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