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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8. 2017

반디와의 10년

4. 여름휴가


4. 여름휴가 (3)


  예약한 펜션은 사북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정선 가는 중간쯤에 있었다. 푸르고 맑은 하늘과 청명한 녹색의 들판이 있었다. 그 들판을 산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었다. 마치 알프스 아래의 작은 마을 같아서 머리를 양갈래로 딴 하이디가 하얀 앞치마 달린 원피스를 입고 뛰어 나와 요들송이라도 부를 것 같다. 

  애완견을 데리고 와도 좋다고 말한 주인은 예상대로 넉넉한 인상이었다. 마당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3마리나 있었다. 이렇게 큰 애들을 셋이나 기르는 것만 봐도 그가 개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제일 위쪽에 있었다. 이곳엔 모든 펜션들이 각각 떨어져 독채로 되어 있고 마당이 약간씩 딸려 있다. 군데군데 야채가 심어져 있는 텃밭에는 상추와 고추가 심어져 있었고 이미 한껏 자라서 먹기에 딱 좋았다. 주인아저씨는 마음대로 따다 먹어도 된다는 말로 다시한번 그가 좋은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묵는 것은 특별한 기쁨이 있다. 집은 익숙해서 어느 것이건 당연한데 다른 곳에서는 모든 것에 고마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기, 바람, 물, 특히 이곳은 온통 자연의 혜택 속에 들어 있어서 더 그렇다. 게다가 이 펜션은 통나무재질을 썼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향긋한 나무향이 솔솔 콧속으로 들어온다. 마치 몸속의 노폐물이 다 걸러져나가듯 상쾌하다.

  밭에서 금방 따온 싱싱한 고추와 상추를 들고나가 발코니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이모와 피터는 남은 숯불에 주전자를 얹어 물을 끓여 커피를 마셨다. 반디는 삼겹살을 많이 먹었다. 반디에게는 절대로 소금을 찍어주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마리는 싱거워서 맛없겠다 하면서 안스러워했다.


  그날 밤 한 가지 사건은 반디가 먹어버린 왕벌이었다. 자려고 이불을 펴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왕벌이 날아다녔다. 날개 소리가 얼마나 큰지 이놈이 명을 재촉하는구나 싶었다. 피터가 약을 뿌려 날개의 힘을 빼놓자 약기운에 바닥으로 떨어져 날개만 파닥파닥 젖고 있는 것을 반디가 달려들어 냉큼 주워 삼켰다. 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어떻게 말릴 새도 없었다. 

  죽었겠지. 만일 살아서 반디의 뱃속을 돌아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피터는 어렸을 때 기르던 개가 약 먹은 쥐를 잡아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약 먹은 쥐와 개의 크기가 왕벌과 반디의 크기와 거의 비례하고 있다는 수학적 계산이 금방 되었다. 우린 걱정스러워져서 반디를 이불에 눕히고 배를 쓸어주었다. 어서 빨리 소화되어서 내일 응가로 나오기를. 그러나 걱정과 달리 다음날 반디는 더욱 쌩쌩해져서 약 바르고 죽은 왕벌이 혹 보약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나 왕벌사건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당황스러운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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