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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갑낫을 Dec 22. 2022

11월의 징크스

올해는 달랐다.


남편은  11월을 슬퍼했다. 10 , 아버지가 돌아가신 달이기 때문이다. 매년 뜨거운 여름을 지나 날이 쌀쌀 해지며 11월이  때쯤 되면 남편은 “11월이 다가왔구나라며,  달을 징크스처럼 여겼다.


비가 오려고 하면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처럼 10월부터 마음이 시큰거리는  보였다.  역시 매년 11월이 되면 그런 남편이 안쓰러웠다. 그치만 함께 견디는 수밖에 별수가 없었다.


올해는 더욱이 그랬다. 11 첫째 주에 친정 아빠 생일 기념 가족 여행을, 둘째 주에는 시댁 가족 여행을 계획해 두었는데 우리   코로나에 걸려버린 것이다. 그것도 3년이나 버티다가 매우 생뚱맞은 시기에.


나는 10 마지막주에 다녀온 낚시 때문일 거라고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오빠에겐 11월의 징크스로 다가온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대행사 업무가 11 첫째 주부로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2021 6월을 기점으로 직장 생활을 은퇴하고, 고난의 시간을 지나 본격적인 월급 독립을 시작한 상태였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트렁크 문을 닫다가 오빠의 왼쪽 눈썹 아래가 찢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걸렸으니 오빠는 그야말로 멘탈이 탈탈 털려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빨리 다른 수입원을 찾아야 한다고 오빠를 들들 볶고, 난리 부루스였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직감적으로 힘이 되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한쪽 눈에 메디폼을 붙이고 코로나로 오한에 떨면서 어떻게든 11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오빠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오빠에게 최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까짓 대대행 업무야 다시 구하면 그만인 거고, 건강이 최고이며, 이게  대운이 오기 전에 겪는 리듬 같은 거라고 떵떵거렸다. 그치만  역시 속은 쓰렸고, 당장 다음  대출과 중도금 이자 생각에 째끔 막막했다.


그치만    있나? 나라도 아직 든든한 회사 월급을 받을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에라이 잘됐다는 마음으로  쉬어 가기로 했다. 그렇게 11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챙겨 먹고, 서로를 위해주다 보니 약간의 후유증을 제외하곤 다시 원래의 우리로 돌아올  있었다. 이것조차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동안 야식에 쏘맥에 부어버린 몸뚱이도 약간 날렵해진 듯했다.


그리고  기간이 우리에게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오빠는 회복이 되자마자 그동안 미루어 왔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대대행, 직거래 등을 통해 쌓아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업을 시작하기로  것이다.


마침 11월을 기점으로 대대행 업무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생겼다. 그동안은 말로만 시작한다 했지, 기본적인 업무를 하고 나면 체력과 시간이 모두 소진되어 제대로 우리 일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운명처럼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을 제대로 써보자고 마음먹자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명을 정하고, 광고대행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사업자 계좌를 만들고, 모두 싸인에 가입해 계약서도 준비했다.


나는 퇴근 이후 회사 소개서를 만들고, 레퍼런스를 다듬었고 오빠는 콜드메일을 보낼 컨택포인트를 취합했다. 둘이 집중력을 발휘하니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제안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자 상담과 미팅 연락이   듯이 밀려왔다.


그렇게 2년의 실무 경험, 6개월간 말로만 준비하던  하나의 사업 영역이 2 만에 실현 됐다. 올해만 두 개의 사업자를 냈고, 본격적인 월급 독립에 이어 한 사람 월급을 뛰어넘는 매출을 만들게 되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작년 11월에도 감사한 일은 항상 있었다. 우리가 느끼려고 하지 않았을 . 암튼 올해 11월은 남편과 징크스를 같이 이겨낸 느낌이다. 왠지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11월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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