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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Dec 05. 2024

실용적인 유토피아를 위한 안내서

정직, 연대, 진정성으로 무장한 25퍼센트를 위하여

함께 읽는 책 No. 46

그레타 툰베리 (2023), 『기후 책: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위기 교과서』



캐나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2001년부터 쓰기 시작한 소설 『오릭스와 크레이크』에서 인류는 지금의 끔찍한 곤경을 빚어낸 원인인 치명적인 결함과 욕망이 완전히 제거된 신인류로 대체된다. 신인류는 옷이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직물 산업도 필요하지 않다. 또 풀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농업도 필요 없다. 크레이크는 인류에게 파괴적인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의지 또는 욕구가 없기 때문에 푸른 점 행성을 살리려면 현생인류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릭스와 크레이크』는 허구다. 디스토피아다. “왜 유토피아 이야기는 쓰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작가는 크레이크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실용적인 유토피아’라는 사고실험을 고안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위기 교과서’라는 부제가 붙은 『기후 책』은 거대한 사고 실험이다. 애트우드의 표현을 빌자면 실용적인 유토피아를 위한 안내서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기후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룬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2부에서는 지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다룬다. 산불, 허리케인, 폭염, 홍수, 폭풍, 가뭄은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이런 기상 현상은 단순히 발생 빈도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 강도 역시 점점 세지고 있 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 제3부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기후 분쟁, 환경적 인종차별, 기후 난민 등 온난화로 인한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제4부에서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성찰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말 따로 행동 따로 살고 있다. 실패를 바로잡으려면 먼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애트우드는 위기에 처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지식, 자원, 의지력, 행운이다. 우리에게 지식과 자원은 충분하다. 문제는 의지력이다. 의지력과 희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 손에 쥐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정직, 연대, 진정성으로 무장한 25퍼센트가 되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행운은 아직 우리 편이다.


그레타 툰베리 (2023), 『기후 책: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지성들과 함께 쓴 기후위기 교과서』




이 글은 환경정의가 주관하는 제22회 환경책 큰잔치 <2023 올해의 환경책> 서평입니다. '2023 올해의 환경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간된 환경책 중에서 일반 12종, 청소년 12종, 어린이 12종 등 총 36종이 선정되었으며 전체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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