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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ossenzersdorf Aug 02. 2016

7. 이탈리아 남부

어떤 낯선 아름다움

로마에서 버스를 타고 떠난 두번째 투어는 남부 투어였다. 아침 일찍 모여 참 빨리도 출발했다. 


첫번째 행선지는 폼페이였다. 다들 아는 것처럼 폼페이는 화산에 묻혀버린 고대 로마의 도시다. 인근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도시 자체가 아예 묻혀버렸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자연재해였겠지만 덕분에 현대인들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고 유적같은 걸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로마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딱히 재밌는 여행은 아니었다. 건축사는 좀 관심이 있긴 하다. 그래도 특히 투어로 돌아다니는 게 별로 취향에 안 맞아서 재미는 없었다. 그냥 관심을 갖고 찾아본다는 느낌보다는 보여주는 걸 쭉 보고 오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미리 공부를 좀 했으면 나았으련만.

고대 도시 치고는 도로, 건물 등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도로에는 마차가 다닌 흔적도 있었고, 도로 외에도 수도시설도 있고 해서 고대도시 치곤 도시계획이 잘 된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대 도시들도 지금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었으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여러 시설 중 공중목욕탕은 내가 예전에 온돌에 대해 공부할 때 유사한 난방 방식의 예로 본 적이 있었다. 물론 둘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진 않겠지만 서양에서 우리나라의 구들과 유사한 바닥난방 방식은 이 시대의 이런 용도의 건물들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 기억에 남았다. 우리의 온돌 문화는 지금까지 남았지만 유럽에선 공중목욕탕 문화가 사라지면서 이런 난방방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원형극장이었다. 원형극장 말고 유곽같은 곳도 갔지만 이 글을 어린이나 청소년이 볼 수도 있어 유곽 이야기는 생략한다. 원형극장은 연극같은 것을 감상하는 공간이었는데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원의 중심에서 소리를 지르면 쩌렁쩌렁 울린다는 점이었다. 


점심은 폼페이 인근에서 먹었다. 나폴리도 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기대를 좀 했는데 관광지 인근이라 그런지 투어에서 단체로 간 곳이라 그런지 아주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어쩌면 전 날 너무 맛있는 걸 먹어서 눈이 높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살레르노로 갔다. 살레르노는 항구도시였는데 이 곳에서 유람선을 탈 예정이었다. 좀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배를 못 탈 날씨는 아니었다.

유람선을 타기 위해 간 곳이지만 그 자체도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요트도 굉장히 많았다. 우리나라 해변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물론 두바이에서 실컷 보긴 했다.

아말피는 배에서 구경했다. 해안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바다 쪽에서 보면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지중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전형적인 마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바다에서만 본다는 게 좀 아쉽긴 했다. 

대신 포지타노에서 내렸다. 포지타노에서는 해변도 즐기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그래봐야 카페에서 쉬거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정도였다. 마을이 아기자기해서 사진찍기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찍다보면 또 마을 곳곳이 비슷비슷해서 금방 질렸다.

배를 타러 기다리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동아리 후배였다. 원래 유럽여행에 한국인이 많긴 하지만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배가 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남은 건 아니었지만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뜻밖의 반가움이었다. 즐거운 일은 때때로 예고없이 찾아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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