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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Jan 13. 2019

‘크레이지 파티 시티’ 말라가

스페인 말라가

말라가를 일컬어 누군가는 '크레이지 파티 시티(crazy party city)'라고 했다.

그 도시는 파티 귀신들이 모여 매일 밤 파티를 벌이는 곳이라고.

유흥가, 환락가가 밀집한 곳에 술 취한 사람들이 휘청거리는 그런 도시가 상상되었다.


말라가는 피카소의 고향이기도 하다.

말라가에 도착했을 때, 기분 탓인지 이상하게 피카소를 닮은 남자들을 많이 보았다.

민머리에 부리부리한 눈, 땅딸막하고 배가 나온 체형... 거기에 줄무늬 옷까지 입히면 영락없는 피카소로 보일 터.


낮의 말라가는 그저 시끌시끌한 여느 스페인 도시와 다르지 않았다.

밤의 말라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크레이지 파티 시티'의 참 뜻을 이해하게 됐다.


일단 시내 중심가의 모든 식당과 술집이 노천에 수십, 수 백개의 테이블을 세팅한다. 놀랍게도 그 자리가 모두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다. 그렇게 많은 술집이 있지만 자리 잡는 것도 전쟁이다. 그중 한 웨이터가 우리를 발견하고 한국말을 구사한다.

  "좋은 자리 있어요. 뭐 마실래요? 샹그리아? 예뻐요."


파티에 가듯 한껏 잘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점점 더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샹그리아, 맥주, 칵테일, 이름 모를 독한 술을 들이켜며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어댄다. 아... 이럴 때를 대비해 원피스를 가져오기를 잘했지!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처럼 빼어난 몸매의 언니들을 보고 기가 죽는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뜬다. 밤새 술잔을 나른 웨이터가 술잔 하나를 깨 먹는다. 잔소리를 하는 사장을 향해 오히려 삿대질을 하며 대든다. 이것이 스페인의 문화인지 말라가의 전통인지는 모르겠다. 바닥에 뒹구르는 술잔과 와인과 함께 파티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다음 날, 전날 밤 밤새 파티가 이루어졌던 거리를 지나쳐 해변으로 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는 마치 죽은 듯 조용하다. 해가 질 무렵에야 다시 기지개를 켜고 크레이지 파티 시티의 면모를 보이겠지.


인생이 심심하다면 크레이지 파티 시티 말라가에 가보자.

멋진 옷과 구두와 밤새 술을 마실 체력을 준비하고.





<평화로운 낮의 말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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