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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T 20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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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Sep 19. 2021

'일 잘한다'는 뭘 말하는 걸까?

우선 철학적인 일, 거시적인 일이 아니라, 매일 겪는, 당장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얘기다.

잠깐 본인의 답을 생각해보자.


- 마감일에 맞추는 것

- 완성도 높게 만드는 것

- 고양이

- 그리고 당신의 대답은?


매우 다양한 '일 잘한다' 정의가 있을 것이고, 모두가 정답이다.


이 글에 얘기하고 싶은 '일을 잘한다'는, 

개념적으로는,

나에게 일을 준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방법의 측면으로는,

나에게 일을 준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신경을 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에게 일을 준 사람은 꼭 상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일을 나누어하는 팀 동료도 포함되고, 그 외 나와 일하는 모든 상대를 포함한다. 일단은 편의상 상사(조직장, 선임...)로 생각해보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뭘 원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이 우선이다.

'신경을 끄게 한다'라고 하면 '완벽하게 해낸다'가 먼저 떠오를 수 있는데, 그 뜻이 아니다. 애초에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드물다. 일 자체를 완벽히 해내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서로 완벽의 기준도 다르고, 매우 단순한 일이라도 외부에서 무슨 태클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신경을 끄게 한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진행상황을 공유해서 일의 방향성을 맞추고,
예상과 틀어지는 일이 생기는 즉시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되면, 일을 준 사람은 이 일은 이제 신경 꺼도 된다. 알아서 진행될 거고 틀어지면 그 순간 알려줄 테니까. 그는 이제 이 일은 털고 다른 일에 더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그로부터 이 일을 완전히 덜어준 것이다. 그가 계속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면, 그 역시 이 일에 계속 에너지를 쓰며 이 일을 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3주일 뒤까지 'A모듈을 개발하기로 했다' 혹은 'A보고서를 만들기로 했다'

보통 3주일 뒤에 확인했을 때, 결과는 아래 중에 하나일 것이다.

- 결과 1 : 제대로 완성이 되었다. 

- 결과 2 : 완성은 했는데 원하는 결과물이 아니었다.

- 결과 3 : 중간에 OOO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완성하지 못했다.


결과 2와 결과 3이 안되게 하는 방법,

즉 일을 준 사람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나 스스로 결과 1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목적이 뭔지 파악한다.


목적 파악이 만사의 핵심이다.


"물 좀 부탁해요"

- 부탁한 사람이 너무 더운 상태라면?

- 감기에 걸려 목이 메마른 상태라면?

- 뭘 흘려서 닦아야 하는 상태라면?


만드는 모듈이 1회성 이벤트에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인지, 코어 라이브러리에 탑재되는 것인지에 따라 구현 방법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보고서가 내부 공유용인지, 상위 보고용인지, 외부 행사 발표용인지에 따라 결과물은 매우 달라야 한다. 


목적을 파악하고 진행할 경우, 결과물은 기계적으로 한 결과물과 근본적으로 다르고, 무엇보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결과물도 가능하다. 목적을 알기에, 주어진 방식을 넘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3의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 

- 더운 이에겐 얼음물 + 에어컨이 나오는 방으로 안내를!


게다가, 우리가 하는 일은 종종 목적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해야 목적을 달성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일을 준 사람도 최상의 방법이 뭔지 모를 수 있고, 내가 그 의도를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솔루션은, 중간중간 공유하는 것이다

- 이렇게 진행 중인데, 어떻게, 계속 이 방향으로 Go 할까요?



둘째, 예상과 달라진 순간, 바로 상황을 공유한다.


- A를 완료하는데 3주를 예상했으나, 어이구 열어보니 이게 2달은 걸리는 일이었다. 열심히 해서 1달 반으로 줄여보자...

- 중간에 필요한 부분을 타 부서 사람에게 요청했는데 아직 답이 안 와서 기다린 지 1주일이다. 아 왜 빨리 답 안 주지, 재촉 메시지를 남겨둔다...

- 협의한 방식 말고 '저렇게' 하면 더 멋진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저렇게' 해보자, 아마 내가 3주 내에 해낼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책임질 수 없는 판단을 하면 결과 2번(원하지 않은 결과)이나 결과 3번(미완성)이 될 수 있다. 예상과 다른 일이 생기면 즉시 공유한다. 

Q : 3주 내로 안될 것 같아요. 2달은 걸리겠어요.

A1 : 오케이, 2달 진행하는 걸로 합시다

A2 : 그러면 안되는데, 사람을 더 투입합시다.

A3 : 그러면 안되는데, 스펙을 줄입시다.

A4 : 에헤이~ 이렇게 해보세요. 이 방식으로 하면 3주 내에 될 거예요.


예상치 못한 문제는 언제나 생기므로, 가장 빠른 시점에 알리고, 논의하여 조정하면 된다. 그게 최고의 솔루션이다. 

미리 공유하지 않고 끌어안고 있다가 나중에 터트리는 것이 최악이다.

- 그 부서에서 답을 안 줘서...

- 생각보다 일 양이 더 많아서...

그냥 일을 제대로 안 한 거다.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상황을 알리는 것이 내 몫이다.



셋째, 상대가 궁금해하기 전에 상황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잘 진행될 때는 피드백을 안 해도 되느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단은 잘되고 있어도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궁금해할 것 같은 때쯤(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계획대로 진행 중'을 알린다. '이상무'를 알리기만 하면 되니, 밥 먹다가 혹은 자리를 지나갈 때 얘기해도 되고.

서로 업무 성향 파악이 다 되어서, '이 사람은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바로 알리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알리지 않아도 되겠다.

그러나, 일단 궁금증이 생기면, 일을 준 입장에서는 일순간 불안이 엄습한다. 궁금하기 전에 주기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 또한 주기적으로 알려서 나의 유능함(잘되고 있다굿)을 인지 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

'너무 귀찮지 않을까?' 걱정은 내가 안 해도 된다. 정 걱정되면 "이 정도 주기로 공유하겠음, 너무 잦으면 말해주시오, 줄이겠소"라고 살짝 빈도 조율을 해도 되지.




이 모든 것의 가장 보편적인 솔루션이 주간회의다.

적어도 주간회의 시간에 첫째, 둘째, 셋째를 충실히 지키기만 해도 '일 잘하는 사람' 이 될 수 있다.


이제 내가 가져온 일은 일을 준 사람이 신경 끄게 해 보자.

나에게 온 일에 '그가 챙겨주겠지'는 없다. 내가 컨트롤해보자/책임져보자.



* 위에 얘기한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상황도 많으니, 맥락만 읽어주시면 됩니다.

* 반말로 쓰다 보니 의도와 달리 글이 김부장님스럽기도... -ㅠ- 헛...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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