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방학 맞이 한국
회사를 그만두고 공식적인 백수가 되자 남편의 출장이 잦아졌다. 예전 같으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을 텐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매니저도 귀신같이 알고 푸시를 해댔다. 지난 9월에는 미국으로 2주 동안 출장을 갔고, 이번 10월 중순에는 한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TV 제조사에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것이었다. 원래는 남편담당도 아니었는데 한국어가능하다는 이유로 엮여서 떠나게 된 것. 하지만 2주 뒤인 10월 마지막 주는 스톡홀름 가을방학 시즌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출장 한주만 늦게 가서 휴가 붙여서 다 같이 한국 가면 좋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문제가 해결이 안 되었고 출장이 한주 연장되어서 남편이 가을방학 바로 전까지 한국에 머무르게 되었다.
출장이 연장되었다며, 2주 동안 혼자 애들 보게 한 게 미안한지 애들 데리고 한국을 오라는데,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일단 한국 갔다 온 게 얼마 안 되었고, 휴가철인 데다가 급하게 사는 탓에 비행기값이 비쌌다. 러시아 전쟁여파로 비행시간이 너무 길어졌는데 가을방학은 1주일이라서 학교를 조금 빠진다고 쳐도 일정이 짧았다. 한국 집도 정리한 터라 있을 데도 마땅치 않았다.
안 갈 이유가 백만 가지였지만, 그래도 남편이 계속 얘기하기도 했고, 가면 애들도 좋아하니까 싶어서 큰 맘을 먹고 애 둘을 데리고 한국으로 떠났다.
러시아를 못 지나가니, 갈 때는 터키까지 내려가서 가고 올 때는 블라디보스토크 옆으로 해서 북극권을 지나서 가더라. 핀란드까지만 13시간 반이 넘다니… 괴로웠다.
다행이었던 건, 망설였던 게 무색하도록 한국의 가을이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이제 물들기 시작한 잎들을 보니, 그래 이게 내 나라, 한국의 가을이지 싶더라. 스웨덴은 가을이 워낙 흐리고 어두워서 현지인들도 힘들어할 정도라 비교가 되었다.
비행기표값을 뽑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11박 12일의 짧은 일정에도 서울랜드,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속초여행, 남대문이랑 홍대구경, 축구관람, 첫째 탁구 대회 참가, 코인노래방에 피부과, 치과, 이비인후과, 안과, 소아과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핸드폰 수영장에 빠트려서 서비스센터 두 번 가고 결국 새 폰까지 샀으니 정신없이 보낸 듯.
지난주 화요일, 아침 비행기라서 도착하자마자 애들 학교에 데려다줬다. 집에 와서 짐 정리하고 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뒹굴거리며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나니, 다시 충전이 되었나 보다. 월요일, 이제 다시 미뤄놨던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걸 보니.
(물론 늘어져있는 동안에도 장보기, 음식, 아이들 등하교 및 학원 데려다주고 데려오기, 토요일 손님 초대도 하긴 했다. 내 거를 안 해서 그렇지..)
아무튼, 3주 동안 쉬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