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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수없음 Oct 13. 2018

[여행] 프랑스 (2) - 파리

20161007 ~ 20161007 : 몽마르뜨 언덕




파리 도착 이튿날.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날씨가 꾸룸했다. 

 




아무리 날씨가 꾸룸해도 상관없었다. 

그조차 아름답지 않은가. 


이곳은 프랑스 파리였고, 나는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비 구름을 헤치고 씩씩하게 나아가자


몽마르뜨 언덕. 

꿈의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야 했다. 


광고에 누군가가 해놓은 낙서. 지하철 곳곳이 이 모양 이 꼴이지만 나름 재미있다



지하철 2호선 Anvers 역에 내리니 

샹젤리제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보이는 커다란 풍차 모양의 간판.  

맞다. 영화에 나오는 그곳. 

유흥과 향락의 상징. 물랑루즈. 


크헤헤. 신이 났다.


물랑루즈는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Moulin Rouge)’라는 뜻이다
1889년에 개장한 댄스홀
. 지금은 영화관으로 바뀌었단다. 그래서인지 양 옆에 (야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물랑루즈 주변을 신기한 듯 구경하니까 

안쪽에 있던 사람이 '와서 구경하라'며 말을 걸었다.

 

나는 수줍게 손을 내저으며 그와 멀어졌다. 

(다음에는 꼭 들어가 봐야지)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골목으로 올라가면 몽마르뜨 언덕이다.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에서 지대가 가장 높은 곳으로 

서울의 달동네 같은 느낌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사랑했다던 거리.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발길 가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 

쉴 곳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계속 걸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어디엔가 도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한 그도 조각상으로 만들어 주는 특급 서비스
기타를 정말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성당을 둘러싸고 노점상이 펼쳐져 있었다. 

스윽 둘러보며 내가 먹을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그러고 나서 올려다본 성당. 


사크레쾨르 성당은 1914년에 완공된 공공건물이다. 

가톨릭 신도들이 조국의 미래를 위해 모금을 해서 세웠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는 모르는 내용이었다. 


그저 몽마르뜨 언덕 위에서 발견한 예쁜 성당이었을 뿐.




나를 감동하게 한 건 성당이 아니었다. 

성당 앞 계단에 앉아서 본 파리의 풍경이었다.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처음 소원을 떠올렸을 때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죽기 전에는, 언젠가는, 돈을 많이 벌면' 이루고 싶은 바람. 


그런데 막상 이곳에 올라 계단에 털썩 주저앉으니

우스웠다. 


'뭐야. 그냥 오면 되는 거였잖아.' 


대단한 사람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원했던 걸 가져도 되나, 싶은 심정이랄까. 


돈과 시간, 두 가지만 있으면 되는 거였다.

(카드빚으로 만들어낸) 돈과, 

(일을 그만두고 만든) 시간.


허무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봐야지. 

괜스레 겁먹지 말아야지. 꼭 그냥 해봐야지. 다짐했다.


성당을 둘러싼 노점상을 둘러보다 와인 한 잔과 굴을 조금 샀다. 

나는 원래 술을 마시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기념하고 싶었다. 


다시 계단에 자리 잡고 앉아 오랫동안 파리 시내를 바라봤다.






내가 손에 꼽는 

행복한 날이었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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