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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Dec 31. 2020

좋아하는 일은 이렇게 만드는 겁니다.

인터뷰 집 Favorite을 읽고

이 노란 인터뷰집을 작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도 보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보고, 가는 독립 서점에서도 늘 봤지만 사지는 않았다. 무겁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그럴만도 하게 빛나는 내지가 270쪽 넘게 묶여있다. 이 인터뷰집을 읽는 내내 종이를 쓰다듬는 나를 알아채곤 했다. 인터뷰이를 찍은 사진과 글씨체와 레이아웃이 종이와 꼭 어울린다.


사실 이 책을 꼭 사야겠다 마음 먹었던 건 이나피스퀘어라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주인장들이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었다. 가끔 내가 이 책을 집은 이유보다 다른 이유로 책을 끝까지 읽게 되기도 하는데 딱 이 인터뷰집이 그랬다. 책 끝은 접은 문장은 ‘인터내셔널’이라는 브랜드의 인터뷰였다. 문장은 이러하다.


내가 확실히 좋다고 느껴서 만드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느끼는데
사람들이 좋아할 것을 어림짐작해서 만드는 것들은
분명히 티가 나고 반응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나요.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인터내셔널’을 하면서 배우게 됐어요.


모든 인터뷰를 관통하는 말이었다. 브랜드의 무드는 카피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듯 각자가 좋아하는 무드의 끝 하나도 다 다르다. 거기에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고 공간을 꾸리고, 호응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언젠가 내 공간을 갖고 싶지만 아직이다. 과연 내가 좋아하는 무드는 무엇일까?


이 책의 공식질문을 나에게 묻는 다면 이렇게 답할 거다.

What’s your favorite?
Drawing.

다시 이렇게 묻는다면,


What’s your favorite drawing?
선이 굵고 색이 강한 그림을 좋아합니다. 화려한 것보다는 선 하나로 단순하게 형태의 디테일을 살린 손그림을 좋아합니다. 작가는 엄유정이나 콰야,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벨기에 작가를 좋아합니다. 요즘 이 작가의 시도에 빠진 것을 보면 평면으로 존재하는 드로잉이 현실 공간을 채우는 분위기를 연출해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색에 물드는 느낌이 들면 좋겠어요. 공간을 만든다면, 언제든 작업할 수 있는 큰 테이블과 손 닿는 곳에 재료가 있고 책도 볼 수 있고, 벽에는 포스터와 그림이 가득해서 혼자있어도 편안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좋겠다는 말로 모든 문장을 끝맺은 이 답에서도 내 감각에 확신을 줄 수 있고, 어느 누군가를 만족시키이 위함이 아닌, 내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덮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든다.


맞아. 그랬지.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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