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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Aug 06. 2019

여행 커뮤니티와 플랫폼의 역설

여행 커뮤니티를 통해 바라본 통제된 정보의 문제

최근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들을 검색하다 보니 눈에 띄는 커뮤니티 두 개 정도가 파악이 되었고 그곳에서 정보를 수집하였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카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 여행은 유X, 미국 여행은 나X바킴, 일본여행은 네X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이 여행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이유는 정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정보뿐만 아니라 동행을 구하기도 하고, 여행 관련 상품들을 구매하기도 한다.


처음 가는 미지의 여행지를 방문하려는 여행자들은 여행 계획을 짜기 위해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여행 책자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특정 시점, 특정인에 따른 고정된 정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인터넷 커뮤니티는 다양한 여행자들의 실시간 정보가 공유되다 보니 정보들이 쌓이고 여행자들이 몰린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타깃 고객들이 모이는 곳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하기 위해 찾는다. 결국 이러한 커뮤니티는 플랫폼이 되며, 커뮤니티 운영자는 여기서 사업자들과 고객을 중개하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된다. 




한편, 어느 날 어떤 사람이 하소연하는 글을 올린 것이 눈에 띄었다. 출국 전까지 특정 등급으로 올리기 위해 제시하는 기준보다 더 많은 내용을 썼는데도 성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승급에서 퇴짜를 맞는다는 것이다. 


그 카페를 포함하여 이런 카페에서는 제휴된 업체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혜택은 등급에 따라 그 범위와 할인율 등이 다르다. 살펴보니 그분이 원하는 단계를 위한 승급 기준은 내 기준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었다. 

성의 있는 게시글 20개, 댓글 150개, 방문 10회, 가입 후 10일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했다.

 

플랫폼의 가치 형성에 가장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참여자 그 자체이다. 그들이 없다면 사업자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고, 그들이 생성하는 정보가 없다면 다른 여행자들을 끌어들일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공하는 할인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결국 각 개인의 참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할인을 받기 위해 커뮤니티 담당자의 마음에 드는 20개의 정성 어린 글과 댓글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어뷰징을 방지하고 커뮤니티의 정책을 정하는 것은 관리자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참여자를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제시하는 과도한 조건은 과연 플랫폼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한다. 


한편, 게시글에 대한 규정을 보니 더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른 자신들과 제휴된 업체가 아닌 업체에 대한 글은 무통보 삭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즉, 자신들과 연계된 업체의 글만 허용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식당, 숙박시설, 액티비티 등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 공유된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현장감 있고,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여행정보를 얻고 싶어 커뮤니티를 활용하는데, 반대로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 커뮤니티와 제휴된 업체 정보만을 얻게 되는 아이러니다.


이것이 진짜 맛집이고, 관리가 잘되는 액티비티 업체 인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사람마다 취향이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현지인 맛집이라고 찾아간 집은 전부 한국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고 타국의 여행자들도 찾는 인기 있는 곳도 아니다. 가격도 한국인에게 맞춰져 있어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라 가성비는 떨어진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커뮤니티를 벗어나 검색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카페 규정에 따른 정보 생산의 순환 때문에 카페를 벗어나 검색하더라도 유사한 정보가 검색된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라, 최소한의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 써야 하는 글이 7개인데, 전체 회원수 50만 중 30%만 최소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약 150만 개의 글이 게시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해당 글들은 일반적인 정보가 아닌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수한 정보이므로 검색 알고리즘 상 여지없이 그러한 글들과 연계된다. 내 검색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검색 결과는 상당 수가 그 두 카페와 연결된 게시글로 연결이 되었다. 




플랫폼의 역설이 여기에 있다. 


선택의 자유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내 선택은 통제되고 제한된, 강요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게이트키퍼로 역할하는 언론과도 비슷한데, 언론은 게이트키퍼를 통해 자신들의 기조에 맞는 정보들로 구성하고 이를 사실로써 전파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플랫폼은 통제된 의견이 반향을 일으키며 더 큰 소리를 내는 Echo Chamber로서 역할하게 된다. 


최근 참석했던 한 행사에서 SKT 김종승 팀장님의 감시자본주의(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 Shoshana Zuboff)라는 책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감시자본주의 시대에서는 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동을 예측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동 수정(Behavior Modification)에 이르게 된다는 것인데, 본 사례가 이와 유사한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즐기려 가는 여행을 왜 이렇게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 떠나는 여행이 강요된 취향, 강요된 여행이 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군다나 플랫폼의 주인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이 역설은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에 의해 파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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