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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웅 Aug 14. 2019

똥컴으로도 고퀄 게임이 가능하다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클라우드 게이밍 산업 참전

달려라 코바, 클라우드 게이밍의 어렴풋한 모형

달려라 코바라는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1994년에 방송되었던 이 프로는 전화 연결된 시청자가 게임을 하는데, 전화번호 패드를 눌러서 게임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송은 정말 인기가 많았고(시청률이 60%까지 찍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ㄷㄷ) 나도 몇 번 연결을 도전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 쉬운 게임이었음에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하나 싶었는데, 전화 방식으로 인해 입력 지연이 매우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이었다는 것도 드러나게 되었지만 아무튼 기억에 남는 재밌던 추억 중 하나다. 달려라 코바 나무위키 참고.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달려라 코바라는 TV 프로의 콘셉트가 어쩌면 클라우드 게이밍의 모형 같다는 생각이다. 달려라 코바라는 게임을 깔 필요가 없이 어딘가에서 동작하는 게임을 TV를 통해 보며 조작하는 그 콘셉트 말이다.



게임 스트리밍에 뛰어드는 거대 인터넷 기업들

클라우드 게이밍 또는 게임 스트리밍은 기존의 게임 설치 및 실행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기존에는 게임 프로그램을 나의 로컬 컴퓨터에 설치하고 실행하였기 때문에 보유한 하드웨어의 성능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에 반해, 게임 스트리밍은 게임의 구동 및 설치가 내 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므로 클라우드에 접속하기만 하면 바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즉, 내가 가진 하드웨어의 성능과 상관없이 고사양의 게임을 바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스트리밍을 재생할 수만 있으면 컴퓨터, 모바일 기기, TV 등 어떤 기기라도 게임이 가능한 것이다. 예전에는 Windows 기반 게임은 MacOS, Linux에서 돌릴 수 없었지만 이제는 운영체제도 게임 플레이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구글 STADIA가 내세우는 클라우드 게이밍의 장점. 2020년에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사실 말은 쉽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앞서 달려라 코바 사례에서와 같이 입력-반응 지연이 심해서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다거나, 네트워크 속도에 따른 영상의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한다면 앞서 이야기 한 장점이 무색하게 고객들은 클라우드 게이밍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 스트리밍을 새로운 먹거리로 선언한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를 멀지 않은 미래에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Stadia, 아마존 GameOn, 마이크로소프트 Project xCloud가 그 주인공인데 이러한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터넷 인프라에 큰 강점을 가진 업체들이라는 점이다. 


한편, xbox를 가진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게임 산업과 약간 거리가 있는 점도 재미있는 점인데, 이들이 어떻게 킬러 게임 콘텐츠를 확보해 나갈 것인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AWS(Cloud Computing)는 아마존의 가장 자신 있는 서비스 중에 하나다



플랫폼 확보 전쟁


이들은 왜 이렇게 게임 산업에 관심이 많을까? 우선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이 되기 때문이다. Fortune 기사에 따르면 글로벌 총매출 기준, 2018년 영화시장은 $968억 달러, 음악시장은 $191억 달려였던 반면, 2019년 게임 시장 예상 매출은 $1,521억 달러다.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영화와 음악 시장의 매출을 다 합쳐도 게임 시장의 2/3 수준일 정도로 게임 시장은 매우 규모가 크다.


또한, 다양한 파생 사업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게임 대회인 e-sports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서 2021년까지 매출 연평균 성장률 27.4%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스트리머들의 방송 콘텐츠의 생산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 자체를 플레이하면서 얻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도 다양한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e-sports의 성장 추세 (출처: NewZoo)


더불어, 세계적으로 약 25억 명의 게이머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게이머들이 10~20대의 젊은 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구축해 놓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첫 관문으로서 매우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게임이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것은 자명한 것 같은데, 플랫폼 전쟁에서 국내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성장 산업들이 해외 플랫폼에 종속된 채로 흘러가게 되면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베조스 사장이나 왕 사장이 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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