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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 Sep 22. 2022

비서가 되었다.

큰 결정일수록 대충하기

눈치가 빠르고 세심한.

남의 마음을 빠르게 파악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고 했다. 경영진의 비서 자리를 제안받을 때의 이야기다.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에서 비서란, '특정 나이 또래, 여성, (가급적이면) 미혼 무자녀, 용모 준수,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품성, 좋은 평판과 업무 능력'을 고루 갖춘 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직이라 여겼으므로, 나는 아주 조금 우쭐해졌다.


나의 경우에는 '영어 구사'라는 단서가 하나 더 붙어야 했으므로, 아마도 누군가를 몹시 고민케 했을 '기혼'이라는 페널티 아닌 페널티는 용납되었다.


마침 과중한 근무시간과 5년 동안 바뀔 생각을 않는 지겨운 상사, 질린 지 오래된 업무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였던 터라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고민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선택이 나의 영혼을 얼마나 갉아먹을지에 대해서는, 그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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