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엄마는 나를 몹시 사랑했다.
만나는 친척마다 멋쩍게 웃으며 '허허 장군감이네'를 연발하던 뚱땅하고 못생긴 여자아이. 엄마는 그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서 인형놀이하듯 꾸며두곤 했다. 네 살 즈음이던 무렵, 엄마가 매일 '이제 그만 크고 엄마랑 평생 살자'며 볼을 부벼대던 기억이 선명하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엄마는 우아하게 클래식을 들으며 자수가 놓인 앞치마를 두르고 뭔가를 굽거나 튀기고 있었다. 그럴 때면 집에선 온통 고소한 냄새가 났고, 엄마의 기분이 좋아 보여 나도 좋았다.
나는 엄마의 자랑이었다. 까다롭고 입이 짧다는 남의 집 애들이랑은 다르게, 별 반찬 없이도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한 끼를 해결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까르르 웃으면 어쩐지 우쭐해졌다. 피자나 치킨 같은 건 싫어하는 셈 쳤다. 엄마가 그건 나쁜 음식이라고 했으니까.
엄마는 내가 음악을 알길 바랐다. 공교롭게도 피아노 레슨 시간은 늘 세일러문 방영 시간과 겹쳤고 (아마 다른 아이들이 피한 시간이리라) 친구들 얘기에 끼지 못해 머쓱했다. 대강 눈치로 캐릭터 이름들을 외웠지만, 최근 방영분의 에피소드를 따라가기에는 버거웠다. 그래도 나의 서툰 연주에 눈을 반짝이는 엄마를 보는 건 제법 행복했다.
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엄마는 이내 며칠을 아주 아팠다. 내가 안쓰러워서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고 했다. 내내 울고 있는 엄마의 부은 눈은 가라앉을 새가 없었다. 나는 엄마를 더는 울게 하고 싶지 않아 모든 게 괜찮아진 척했다.
그러니까 어린 나도 엄마를 무척 사랑한 것이다.
이것은 빗나간 사랑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