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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S Sep 30. 2020

아이와 엄마와 엄마

태어난 지 스무날 깨꼬롬 겨우 고만치 큰 아이가
날 보고 웃는다.

나이 서른 하나, 엄마 되기 아즉도 한참 어리다.
어리디 어리다하는 내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품에 안고 삑삑 대는 새 울음을
끝없이 달랜다.
태어난 지 스무날 제 코가 어딘지도 모를 아이가
날 보고 운다.

서른 한해 전 내 엄마, 갓 엄마가 되었을 때
태어난 지 스무날 배냇저고리 흐르게 작은 아이가
엄말 보고 웃는다.

아이 좀 보자 하고 부르는 소리
나이 스물여섯, 어리디 어린 내 엄마
눈 밟는 소리가 들린다.

허둥지둥 품에 안고 삑삑 대는 새 울음을
끝없이 달랜다.
태어난 지 스무날 추운 서릿날 기차에 얹힌 아이가
엄말 보고 웃는다.

겨울 아기 속싸개 쌀 줄 몰라 갈 곳 없던 손,
태어난 지 스무날 봄 아기를 안는다.

겨울 아기 어리디 어리다 하며 안쓰러운 가슴
태어난 지 스무날 배냇짓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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