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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은 Mar 04. 2017

미얀마 여행기

1. 장군의 딸

양곤은 미얀마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를 했던 도시였다.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으나 바간에서 만달레이까지 이라와디강을 따라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양곤은 새로웠다. 그 날 우리나라는 탄핵소추안 가부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바간에서 비행기에 올라탈 때까지도 알 수 없었던 결과는 비행 중에 나올 참이었다. 다행히 양곤에 랜딩 하자마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이 문자로 와 있었다.



다시 돌아온 양곤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아웅산수지 여사가 어린시절을 보낸 아버지 보조케아웅산 장군의 집이었다. 아웅산은 버마를 영국과 일본으로부터 독립시켰던 장군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라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암살됐다.

이후 그의 가족은 인도 대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인도를 비롯한 해외에서 생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아웅산수지는 영국인과 결혼했다. 그녀가 고국에 돌아온 것은 1988년 어머니 간병을 위해서였다. 그러다 그해 군사정권에 반대해 1988년 8월 8일 오전 8시에 행해진 8888 민주화운동을 보고 이에 동참했다.

그 후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아웅산수지는 가택연금과 교도소 구금을 당했다. 그녀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도, 남편의 장례를 치를 때도 나라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우리나라에도 장군의 딸이 있다. 민주화를 위해 일어선 청년과 시민들을 짓밟고 언론을 통제하여 5,6,7,8,9대 대통령으로 18년 5개월 동안 장기집권한, 그리하여 암살 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장군. 그리고 그 아버지를 꼭 닮은 딸. 나라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 믿고 있는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을 가졌던 두 장군의 딸. 지금 그 두 딸은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나, 둘의 길은 너무나 달랐다. 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는 아웅산수지와 달리, 다른 하나는 역대 대통령 최하의 지지율과 함께 탄핵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둘은 묘하게 겹치며 미얀마 여행 내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버지는 딸에게 무엇을 남겼나.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 싶어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아버지를 닮은 딸들은 아비의 신념을 그대로 물려받아,
지금의 자리에서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
.
길었던 겨울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다. 겨우내 시린 손발을 동동거리며 광화문을 지켰던 이들에게 오늘은 조금 따뜻한 날이지 싶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했던가. 곧 우리에게도 봄날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어느새 봄이 가까이 왔다.

#미얀마여행기 #장군의딸 #미얀마 #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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