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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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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시진 Apr 01. 2019

B형 독감, 유행이라면서요? 그래서 걸려봤습니다

인플루엔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아니 그만 와라


약 십 년 전, 고3 기말고사를 앞두고 이른바 신종플루라는 이름이 붙은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 당시 어린아이들이 감염되면 사망까지 이르러 큰 충격을 주고 대대적인 조치가 들어갔었던 그 신종플루.


그래. 그때부터였다. 잘 걸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날 숙주로 잘 삼았다. 아주 좋은 환경인가 보다. 예방주사 맞으면 뭣하나. 4가로 꼬박꼬박 맞아도 나는 그들의 먹잇감이었다.



병원엔 제때 가야 했는데


얼마 전 함께 도서관을 다니던 친구가 감기 기운이 있다기에 "야, 병원 가자. 하루 아플 거 삼일 아프기 전에."라고 말하며 끌고 갔던 나.


그 다음날 저녁부터 내가 골골거렸지만, 이러다 낫겠지 싶어 병원을 안 갔다. 갔어도 감기 정도로 여겼겠지.


이튿날, 맑은 콧물이 뚝뚝 떨어져도 낫겠거니 싶어 쉬엄쉬엄 일을 했다. 잠이 안 와 새벽까지 벌건 눈을 한 채 리플릿 작업을 했다. 재밌었다.


잠자리에 든 지 불과 3,4시간. 몸이 아파 잠에서 깼다. 추워서 전기장판도 살짝 틀어놓고 잤는데 뭔가 숨이 턱턱 막혔다. 베란다 문을 슬며시 열고 찬바람을 쐬는데 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잠깐 고민했다.

그 날은 토요일이라 병원엘 가면 돈이 많이 깨질게 뻔했거든.


그래도 놔두면 안 될 것 같아 집 앞에 가정의학과로 기어갔다. 하루 이틀은 잠복기였나 보다.



증상이 어떻게


"콧물이 너무 많이 나고요, 머리도 띵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도 가끔 해요. 열은 나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몸이 너무 아파요. 팔이고 다리고 다 아파요. 몸살 같은데, 링거 좀 맞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은 차분히 열도 재시고 목도 살펴보고, 청진기를 대고 숨을 크게 쉬어보라, 기침도 해보라 지시하셨다.


그러더니 대뜸, 독감일 수도 있는데 독감 검사해보실래요?라고 말씀하셨다.



그거 하면 뭐가 다른 거죠?


검사하면 뭐가 좋은 건지 문득 의문이 들어 힘없이 물었다. 의사 선생님도 어이없으셨을지도.


자상하신 선생님은 다정하게 대답해주셨다.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죠."


검사비용이 좀 나오지만, 독감으로 확진을 받아야만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다는 대답이었다. 어차피 감기와 독감은 아예 다른 거라 약도 달라야 한다.


그래, 적재적소. 감기면 감기약, 독감이면 타미플루. 검사받아보자 싶었다.


코 끝을 넘어 눈까지 찌를 것 같은 기다란 솜 같은 검사도구가 날 괴롭혔다.



아, 이 검사 잘한 건가! 너무 아픈데.


결론적으론 독감에 걸린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면역력, 다 내 면역력 탓이다.


코 안을 찌르는 검사과정 덕분에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너무 아프니까 나도 모르게 소리도 조금 질렀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살살했다며 난감한 듯 말씀하셨다. 네. 맞아요. 그냥 그거랑 별개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12시간 간격으로 반드시 5일간 복용. (타미플루나 한미플루나 똑같답니다) / 감기약이 아니에요!



괜찮나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처음 인사하며 들어가니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저 말씀부터 하셨던 선생님. 정성 어린 처방전 덕분에 약 기운으로 다시 살아났다. 진짜 다 나은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쌩쌩했는데, 약기운이 떨어지니 다시 온몸이 뻐근한 게 통증이 찾아왔다. b형 독감, 만만치 않구나.


감기랑 독감은 엄연히 다른 경로로 감염되고 처방약도 다르다. 독감 확진을 받아야만 처방이 가능한 타미플루(한미 플루). 그냥 약국에서 받을 수도 없고, 처방전이 있어야만 받을 수 있는 약이었다. 그래서 검사가 필요했나 보다.


약은 반드시 5일간 모두 복용해야 하고, 하루에 두 번, 12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한다. 사정이 있어 한 시간 정도 당겨 먹는 건 상관없다고 하기에, 첫째 날 몸이 너무 안 좋아 일찍 자고 싶은 마음에 밤 10시 30분에 먹고 바로 잠을 청했다. 그 후론 계속 12시간 간격을 지켜 복용 중이다.



괜히 다 나은 것 같다고 중간에 끊어버리면 내성이 생겨 더 골치 아파진다고 하니, 반드시 끝까지 먹어야겠다.



타미플루에 대해 부작용이 있다고 말이 많던데, 고3 때도 먹었고 지금도 잘 먹고는 있다. 먹고 나면 살짝 어지러운 느낌은 드는데, 몸이 안 좋아서인지 약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방된 약을 잘 살펴보니 비타민이나 칼슘 등 면역에 관련된 약도 3일분 있었다. 평소에 면역력을 좀 더 키워두고 잘 자고 잘 먹으면 무난하게 지나갈 것이다. 의사, 간호사, 약사 선생님들께 하나같이 들은 말은 잘 쉬고 푹 자라는 말이었다.



반드시 5일간은 격리 조치되어야


일단 독감에 걸리면 최소 5일간은 출입을 금하고 사람과 접촉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고, 저도 모르게 감염된 물건을 만지고 입으로 손을 가져가도 당연히 걸릴 수 있으니 꼭 손을 잘 씻어야 한다.


b형 독감보다는 a형 독감이 조금 더 전염성이 강하다고. 아무튼 독감 진단을 받았다면 절대 퍼뜨리지 말자. 걸렸으면 알잖아요? 되게 아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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