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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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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시진 Mar 08. 2019

집들이를 했다, 나 말고 내 친구

결혼은 아직 두렵다고 외쳤던 2018년의 나

 

 약 일 년 전, 그때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 절친들의 결혼이 하나 둘 이어졌고, 차례로 집들이도 해버렸다. 와, 이제 내 나이도 그런 나이가 되어가고 있구나 싶었다. 결혼이며 집들이까지 순식간에 마치고 나니 말로만 그리던 미래가 훌쩍 다가왔노라 느껴졌다. 나는 과연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직 절친들의 절반도 결혼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구나 여겨졌다. 어제만 해도 또 다른 친구가 결혼을 하겠다고 청첩장 디자인을 함께 알아보고 갔으니까.



사실 난 아직 두렵다

제대로 직장을 다닌 적도 없으니 모아놓은 돈도 없는 현실에, 하고 싶은 일 하겠다고 혼자 용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결혼이란 생각해 본 적 없는 남일 같은 존재였다. 내가 결혼? 앞가림이나 하세요랄까. 자유롭게 살다 보니 자유의 맛을 깨달아 버린 것도 한몫했다. 어딘가에 얽매여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유란 끊을 수 없는 중독이 있다. 그러다 보니 혼자에 익숙해지고 의지하는 법까지 잊히더랬다. 내 인생에 결혼이란 것이 있기나 할까라는 물음을 자주 가졌다.


결혼을 한 친구가 나에게 대뜸 말했다.


"네가 결혼에 대해 꽤 비관적인 걸 알지만, 난 그래도 너에게 추천한다."


아, 정말 의외였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진심을 담아 했을 말이었을 테니, 꽤 솔깃하기도 했다. 결혼이 무엇일까. 반려자이자 배우자, 또는 배필을 만나면 저런 생각이 드는 걸까. 심지어 그 친구는 나와 인생관이 꽤 비슷했다. 그런 친구가 저 말을 해주다니 결혼에 대해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생겨버렸다.


나는 결혼은 하나의 제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각 나라마다 풍습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다른 하나의 제도가 아닐까 하는 관점이었다.

제도에 나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졌었던 그때였다. 게다가 나는 굳이 그 지옥에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강했다. 환경이 이래서 중요한 것이겠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

내 친구들은 꽤 잘 살더라. 나의 걱정이 너무 지나친 건가 싶을 정도로 잘 사는 친구도 있었고, 아 역시 이래서 결혼은 힘들구나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있었다.


"결혼은 해야 하지 않겠니?"


다 각자의 삶이 있으니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다. 예전에는 그랬다. '나는 아직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너무 먼 미래가 아닐까'라는 대답을 하면서 고민의 시간조차 가지지 않았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니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가 아닐까라는 경계가 모호한 대답만 늘어놓거나 결혼을 하긴 하겠지?라는 식의 대답이었다.



정답은 내 안에

 정확히 일 년 전에 써둔 글이었다. 다시 꺼내 본 오늘은 2019년 3월, 최근에도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 나눈 적 있다. 그 짧으면서 긴 시간에 나는 많이 바뀌었다.


정답이 대체 뭘까라는 의문을 던지기에 각자의 선택이 정답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틀에 가두기엔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 인생 아닐까. 결혼도 그렇고. 언젠가는 절대 결혼을 하지 않을 거야 외치던 나 같은 사람도 결혼을 하고 싶다고 바뀔 수 있다. 그 선택에 옳고 그른 것이 있다고 말할 순 없다. 이건 정해진 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한탄 섞인 의문에도 '정해진 답은 없고 각자가 선택한 것이 정답 이리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어렵기만 한 난관이 결혼일 테고,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소망일 텐데.

그저 어떤 이에게든 결말이 축복이길 바라는 마음뿐. 모두가 하나뿐인 삶을 잘 만들어가길, 행복이 늘 함께하길 바라본다. 언젠간 유부녀가 될 내 미래에도 미리 행복을 기원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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