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안에 갇혀 버린 병 _ 그 여자편
한 여름, 그 여자는 뇌수막염에 걸려버렸다.
그 남자 때문이었을까... 학교 연구실 때문이었을까...
마음의 병이 생긴 것만 같다. 하루 종일 핸드폰도 볼 수 없을 만큼 힘들어 누워만 있었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그렇게 힘겹게 몇 일이 지났고 어느 하루는 연락을 아예 못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 연락을 보니,
그 남자에게 와있는 수십 개의 연락들.
그러나 그 여자는 보자마자 지치기 시작했다. 그 남자 혼자 걱정했다, 화냈다 결국 화로 끝났다.
그 여자도 기댈 수 있다. 그러나 기댈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그 여자는 또 다른 힘듦이 생겼다.
그 남자가 그렇게 화나있으면 사귀지도 않는 사이일 때 왜 그렇게 눈치를 봤던 것인지.
“아파서 누워있었어요.”
이 말을 하니, 아픈데 왜 말도 없냐며 더 화를 내던 그 남자이다.
그러나 그 여자도 화가 났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뭐 하러 아픈거 자랑도 아닌데 말하냐고 했다. 그 여자는 힘들어도 학교는 꼭 가는, 정신력이 강한 여자이다. 그래서 인지 그 남자는 그렇게 아플거라고는 생각 못했나보다. 결국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해 병원 예약 잡아놨다며 병원을 다녀오라고 병원 예약까지 해주었고,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했던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예약해놓았던 돈이 아까워서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진료비가 더 나왔다. 오 마이 갓.
약국에 들러 약을 받고 나오면서도 그 여자는 그 남자를 계속 생각했다. 아니, 생각이 난다는게 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챙겨준 게 고맙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아무사이 아닌 사람이 자꾸 챙겨주려 하니까 말이다. 사귀지도 않는 사이인데 이래도 되나 싶다.
솔직히 아니다 싶어 말도 했다. 그러나 그 남자... 끈질기게 자꾸만 그 여자 근처에 있다.
자꾸만 그 여자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