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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Apr 14. 2022

[오늘의 책일기] 행운에 속지 마라

일확천금은 이번 생애에 없는 것으로.

   보통 투자의 귀재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시나요? 피터 린치도 있고 우리나라의 존 리 선생님도 계십니다만, 역시 전 워런 버핏이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워런 버핏은 그간 얼마나 벌어들이셨을까요? 근데 의외로 연평균 수익률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워런 버핏의 수익률은 20%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투자의 귀재라고 부르게 되죠. 물론 운용 자금이 크고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해야 하니 일반적인 케이스와 동등하게 놓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숫자만 보아선 낮아 보입니다. 막상 투자를 해보면 연 20%를 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요. 큰 고민 없이 투자한 탓도 있겠지만 뭐 하나가 오르면 다른 애는 떨어지고. 예상치 못한 악재나 리스크에 여지없이 흔들리고. 좀 오른다 싶으면 공매도의 먹잇감이 되고. 여기 있는 개미는 기쁠 때보다 슬플 때가 많네요. 왜 이런 걸까요. 저는 영 운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행운에 속지 말라’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책 전반에 거쳐 본인이 주식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 실력이라 믿지 말라고 합니다. 특히 그 수익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통해 얻어낸 쪽일수록 착각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말하죠. 안정적인 자산운용법을 놔두고 러시안룰렛을 돌리려 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합니다. 왜 그럴까요? 


행운에 속지 마라 (이미지 출처: 예스 24 웹페이지)


   저자는 지독하다 싶을 만큼 회의론자입니다. 대부분의 삶의 방향에서 돈이 물처럼 넘쳐나는 시기는 매우 짧으며, 그 시기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오로지 운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확률과 위험 요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한,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그 지점을 잘 잡으라고 하지요.  


   저자가 추구하는 확률적 사고방식은 명확합니다. 읽다 보면 통계적 확률을 말하기보단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죠. 인간은 확률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힘든 동물이거니와, 그렇게 해야만 안정적인 투자로 가는 지름길이라 하죠. 그마저도 회의론적 사고를 반드시 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확률적으로 승산 있어 보이는 일에 ‘운’이 작용해 희귀 사건이 발생한다면. 여태까지 벌어온 모든 자본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따분해 보이더라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해야 한다 주장합니다. 


   책 대부분에서는 일련의 주장들을 납득하기 어려워할 독자들을 위해 대부분 예시를 드는데 할애합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후루룩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저자의 예시를 재인용하겠습니다. 이웃지간인 로또에 당첨된 경비원과 치과의사. 치과의사는 또다시 치과의사로 살더라도 부촌에 살겠지만 경비원은 치과의사의 이웃이 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로또에 당첨된단 확률은 매우 희박하니까요. 이미 이루어진 과거의 사건은 확률이 100%였던 일로 바라보는 일. 절대로 현상과 사실을 맹신하지 않는 일.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독자들에게 계속 주지시키는 내용입니다. 


아, 전 치과의사 같은 전문직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우 슬프네요. 


   책에서는 이익 지향형과 생존 편향에 대한 얘기를 계속합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주목하고 대체 역사라 할지라도 귀 기울이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벗어나는 말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았자 실제로 그 일일 일어날 리는 없으니깐요. 그럼에도 그런 행위에 집중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게 현실이 되었을 때 감당할 준비가 되었냐고 묻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라던가 수에즈 운하에 처박힌 선박이라던가 예상치 못한 전쟁 등등. 단순한 지표로만 판단하기에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 많습니다. 정공법으로만 현실을 이성적으로 뚫고 나가기에는 녹록지 않겠네요. 


   저자는 철학자 칼 포퍼를 존경한다고 합니다. ‘반증주의’의 아버지 칼 포퍼는 과학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세상에는 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드러나 기각된 이론과 아직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이론뿐이라고 말했다죠. 이른바 ‘공리’는 존재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확률이 말하는 과거 데이터에는 결국 좋은 정보가 많을 뿐 나쁜 정보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만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죠.  


 책에서 설명하는 생존 편향 역시 칼 포퍼의 이론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본인이 전체에 속해있는 위치보다 현재 서있는 위치의 근방에서 자신의 지위를 파악하려 한다는데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표본이 없기 때문이죠. 꽤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할지라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잘났다면 결국 상대적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생물의 삶이라고 말하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승자만 눈에 띄며, 강세장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돋보여 본인의 위치에 패배감이 젖어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너무 많은 인과관계에 집착하지 말라고 합니다. 많이 아는 만큼 집착하게 된다고 하죠. 불확실성은 삶의 질을 일부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정보적으로도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에는 분쟁도 갈등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실체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상적인 것을 경멸하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성공에 매몰되지 않도록, 방어적이고 장기적인 가치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로 생존할 것을 주장합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알겠으나, 이제 막 잘해보려는 입장에서는 저렇게 치부해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격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일하고 어쭙잖게 투자하느니 지독하게 회의적인 쪽이 낫겠죠. 인생은 실전이고 새로 시작하는 건 없으니깐요. 희망 회로만 덧없이 돌리다 투자의 세상에서 떠나는 일만큼 가장 불행한 일은 없을 테니. 이제 좀 잘해보고 싶은 타이밍의 저에게 의미 있는 시야를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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