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취미생활(1) -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카메라가 취미인 사람은 두 종류야. 사진 찍는 게 좋은 사람과 카메라를 수집하는 사람. 까딱 잘못하면 둘 사이에 방황하다 돈만 버리고 끝나지. 그래서, 너는 어느 쪽으로 할래? - 사진을 알려주었던 학교 선배.
무수한 취미 부자로 살아왔던 나날. 그중에서 무엇을 가장 오랫동안 해왔나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오래, 열심히 한 취미일수록 쓸 말이 많을 테니깐요. 몇 가지 후보가 나왔는데, 제일 부합되는 게 사진이네요. 사진이란 취미가 따지고 보면 매우 광범위한데, 그중에서도 찍는 일 쪽이 제 취미입니다. 거의 십 년 차가 되었습니다. 주야장천 찍으러 다니진 않았지만 꾸준히 찍어왔으니깐요. 뭐든 일만 시간을 채우면 전문가가 된단 '일만 시간의 법칙'에 해당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누군가 잘 찍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슬프게도 특출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몇 가지 취미와 얽혀 이래저래 연이 끊기들 끊기지 않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았던 사진 생활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의해 꽤나 소비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제 삶 한편엔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죠.
사실 처음 사진에 대하여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이후, 콘텐츠 방향을 매우 고민했습니다. 할 얘기가 많기도 하고, 방향성에 따라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사진이란 게 기술 발달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미 변화가 들쭉날쭉하기도 하고 말이죠. 처음 사진에 취미를 붙였을 때만 해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언가 거창했거든요. 핸드폰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그땐 막 스마트폰이 나오려던 시기기도 했고, 카메라로 찍는 결과물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죠. 굳이 카메라를 사용할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근데 요즘은 아니에요. 더 이상 전문가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닙니다. 요새는 카메라 자체도 소형화가 어느 정도 되었습니다만 더 중요한 건 스마트폰의 등장이죠.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화질도 성능도 그럴듯하게요.
그렇다면 굳이 카메라를 써야 할까요? 세상이 변해갈수록 저 역시 헷갈리기 시작하네요. 분명 카메라로 찍은 쪽이 더 좋긴 하거든요. 근데 굳이 카메라를 들고 다닐 만큼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진 모르겠어요. 특히나 요즘같이 코로나가 눈치 보이는 시절엔 말이죠. 그리고 사진과 관련된 제 취미를 세분화하자면 디지털 사진과 필름 사진으로 나뉜다는 점도 시대의 역행입니다. 디지털카메라는 백번 봐줘 고도화된 기술이라 해도 필름 카메라는 감성을 앞세운 퇴보한 레디메이드 같거든요.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사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전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결국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제 취미는 사진인지라 카메라보단 사진에 대해 말해볼 겁니다.
대충 2012년, 혹은 13년 즈음이었겠네요. 사진에 큰 관심이 있던 차는 아니었습니다. 요새는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담백한 디지털카메라 있긴 했지만, 가족 공용으로 어디 나들이 갔을 때나 쓰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이야 핸드폰으로도 퀄리티 좋은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카메라로 찍는 결과와는 차이가 컸더랬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 저는 그 정도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대로 찍기엔 장비도 많이 필요해 보이고 비쌌으니깐요. 물론, 집에서 쓰던 똑딱이의 결과는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미묘합니다. 인터넷에서 특정 카메라 기종이 염가에 풀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이유까진 생각나지 않는데, 절반보다도 싼 가격이었습니다. 다만, 병행수입이라고 하여 일본에서 파는 제품을 수입해오는 거라 AS가 되지 않는단 문제가 있었죠. 소위 말하는 DSLR이 아니지만 렌즈가 교체되는 작은 ‘파나소닉’ 브랜드 카메라였습니다. 막연하게 제대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단 생각만 해왔었는데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크기. 무엇에 홀린 듯 사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자기 관심사에 맞추어 피사체를 정하는 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 길거리 사진을 좋아합니다. 그 안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던가 의미를 찾는 게 재밌거든요. 예전에는 사람 찍기도 좋아했는데, 초상권에 대한 범주가 아무리 애매하다 한들 법적 책임과 윤리적 범위는 다르지 않겠어요. 원래도 면전에 들이대고 찍는 법은 없었으나, 요새는 의식적으로 사람 얼굴이 잘 나오지 않게 찍는다던가 뒷모습을 담아내는 편입니다. 아주 가끔 양해를 구하고 찍어보려 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미 그 순간에 제가 개입된 후부터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딱 가능한 선에서만 담아내 보려고 합니다.
주변에는 매 끼니마다 음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식 사진 스냅 위주로 찍으시는 분도 있고, 건물 조형을 많이 찍는 분도 계십니다. 스노 보드 좋아하시는 지인은 겨울철마다 동호회원 활강 스냅 촬영에 열을 올리시기도 하더군요. 결국 찍는 사람 마음이듯,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는 무궁무진합니다. 본인이 정하고 열심히 담아내려 노력하면 그뿐이니깐요.
저는 사진 말고도 여행이라던가 글쓰기, 맛집 탐방 등등 다른 취미도 많답니다. 사진이 좋은 점은 다른 취미와 연계가 쉽단 부분인데, 여행을 떠나 좋은 사진을 남긴다거나 출사 후 그 동네 맛집을 들른다던가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죠. 브런치에 쓸 콘텐츠 사진도 손수 찍은 사진으로 고를 수 있단 점도 있고요. 예전에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사진 전용 계정에 업로드하는 취미도 있었는데 요샌 잘하지 않습니다. 강박적으로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때도 있었고, B급 사진도 무작정 올리기도 하게 되어 주객전도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요새는 글 쓰는 취미에 덧대어 사진 몇 장 같이 올리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왜 사진을 찍으시나요? 단순한 기록용이든 조금 더 욕심을 낸 의도이든.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할 수도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도 있는 당신의 행동은 사진을 취미로 갖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그 자체로 당신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