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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Mar 11. 2023

컴퓨터가 글도 쓰면 난 이제 뭘 써야 하나.

AI와 막상 싸워보려니 취미생활임에도 심기가 불편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밥그릇을 어디까지 뺏을 수 있을까요? 2022년이었더랬습니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도 해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여기저기 소개되었습니다. 몇 가지 키워드를 던져주면 그에 맞는 풍경이나 일러스트를 그려주고, 스케치한 그림을 맡기면 채색을 해주는 수준이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마냥 신기하고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뭐랄까, 인공지능이 이런 일까지 해주나 싶으면서도 남일이라 와닿진 않았거든요.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


   그런데 올해가 되자마자 또 한 번 AI로 세상이 들썩였습니다. 체감상 이번엔 좀 다르네요. 해일 같은 느낌이랄까. 작은 파도에 불과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꽤나 거대합니다. 세상이 뒤덮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발등에 불똥이 튀고, 손에 든 밥그릇이 깨질까 불안해졌습니다.


   ChatGPT. 1월 즈음 서비스가 오픈했단 얘기를 듣자마자 회원 가입을 해보고 이거 저거 만지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턱을 매만지게 되더군요. 신기하면서도 대단했어요. 드디어 AI 생태계에 기술적 특이점이 도래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타이밍이 늦기 전에 글을 올리려 초안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서 자꾸 바빠 차일피일 업로드를 미루다 보니 한 달이 지나버렸는데. 이제는 뭐 뒷북일 지경이네요. 다른 사람들 눈에도 이건 큰일이다 싶었던 눈치입니다. 여기저기 AI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 말하자면 ChatGPT와 관련된 얘기로 넘칩니다. 뿐만 아니라 너 나 할 것 없이 AI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단 기사들이 나옵니다. 며칠 전에는 ‘노션’이라는 프로젝트 관리 서비스에도 ‘AI’ 기능이 탑재되었대서 써봤는데, 세상이 좋아졌다를 넘어 무서울 정도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흥미를 넘어, 이제는 실생활에 접목하기에도 무리가 아닌 수준이니깐요.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공생 중입니다. 콜롬비아에서는 판사가 ChatGPT를 이용해 판결문을 쓰고 국제학교에서 ChatGPT를 이용해 과제를 제출했다가 걸려서 0점을 맞았단 소식이 들려옵니다. 전문적인 업무에 벌써 사용되나 싶기도 하고, 결과물에서 ChatGPT 냄새를 필터링할 수 있는 ‘카피 킬러’ 같은 프로그램도 발 빠르게 나왔나 싶네요. 유튜브도 요새 가만 보고 있자니 ChatGPT를 이용한 양산형 콘텐츠를 뽑아낸 영상이나 쇼츠가 보이더군요. ChatGPT를 시험해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가 딱 저거였는데. 요즘은 해볼까란 고민이 들었을 때 바로 시작해야 늦지 않는 기분입니다.


   이미 다들 알만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ChatGPT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테슬라 CEO로 유명한 일론머스크가 만든 ‘오픈 AP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언어모델입니다. 당장 ChatGPT에게 자기소개를 맡겼더니 본인을 ‘챗봇, 텍스트 완성, 텍스트 요약, 텍스트 생성을 포함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의 텍스트를 생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하네요. ChatGPT의 언어 생성 기능은 훈련받은 많은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이를 통해 광범위한 질문과 프롬프트에 대해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문맥적으로 적절하며 인간과 같은 응답을 생성할 수 있답니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감정 분석과 같은 부분은 특정한 패턴에 맞게 미세 조정되어 성능을 향상했다고 하고요.


   여태껏 공부해 온 AI, 그중에서도 관심이 많아 ‘NLP’라고 불리는 자연어 처리 과정이 돌아가는 방식을 아는 입장에선 괄목할만한 성장입니다. 문장을 형태소 단위로 분류하고 해석한 뒤 기존에 쌓인 데이터로 답을 찾고 이를 자연스럽게 풀어 답변을 내놓는 것. 얼마나 사실에 부합되는 대답을 내놓고, 이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해내는 지가 핵심인데. ChatGPT의 경우 사람이 답변을 하는 거라 믿어도 의심치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화법을 구사합니다. 단순 정보를 제공하는 글쓰기는 이제 필요 없을 정도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더군요. 다른 글에서 썼던 취미로써의 커피나 카메라에 대한 글은 쓰는 이유가 무색해졌습니다.


   단순한 브레인스토밍과 초안 정리는 인공지능에게, 팩트 체크와 고도화하는 과정은 내가. 이런 식으로 분업화한다면 기존 업무량을 훨씬 줄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창조’의 영역까지 넘보는 인공지능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선 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노션에서 제공하는 ‘AI’는 문체 톤이나 분량도 옵션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chat GPT에서도 대화 방식으로 그러한 옵션을 구현할 수 있고요. 단순히 정보 전달용 글쓰기의 중요성은 무색해졌습니다. ‘취향’에 대한 글쓰기를 하기 위해 거의 스무 개 정도 써둔 초안이 있었는데. 작년에 올리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네요. 커피나 사진. 카테고리를 몇 개 뽑아 돌려봤는데 그 간의 경험을 통해 쓴 것이나 인공지능이 써준 초안이나 내용적인 측면에선 다를 게 없어 보였거든요. 웬만한 전문적 사견이 필요한 게 아니고선 검색 대신 chat GPT를 사용해도 되어 보입니다. 슬프지만 아마도 그대로 묵혀두지 싶습니다.


직접 해본 질문. 이 정도 퀄리티로 써주면 단순 정보 전달용 글쓰기는 의미가 있을까 싶다.


   글쓰기가 취미인 입장에서 고민이 커져갑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인공지능에게 맡겨도 될 부분을 정확히 알아야겠습니다. 붙어서 이길 자신은 없고, 저쪽이 날 밟아 죽일 의도는 없을 테니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거든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해내야만 하는 것. 기술과 미래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고심이 깊어집니다. 말도 안 되는 주제, 이를테면 ‘조선시대 연금술사들의 상용 로봇 생산과 폭동‘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없는 정보임에도 이 악물고 말도 안 되는 답을 해내주지만. 글쓰기를 하는 입장에선 허구일지라도 그만치 재밌게 써 내려가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니깐요.


   마이크로소프트 'Bing' 사이트에도 AI가 탑재되었단 기사를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된 AI 들은 학습된 정보에 국한된다는데 Bing에서 제공하는 AI는 검색 결과를 통한 제안도 지원을 한다네요. 사용 신청을 한 뒤 쓸 수 있대서 며칠 전 요청을 해놨는데 막 사용 허가가 났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이 친구도 한 번 써보러 가야겠어요. 영화 아이언맨의 비서 '자비스'나 영화 Her의 인공지능 세상이 머지 않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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