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준철 Oct 25. 2024

흑백요리사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리더십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130549


오랜 시간 칼럼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장이 좋은 시기에는 어떠한 개인의 의견도 수용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요즘과 같이 시장이 안 좋은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반감을 사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여러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떠올렸지만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가 어리기에 해당 주제를 다루는 것은 겸손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의 팀 대결을 보면서 리더십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충분히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 글을 써내려가 본다. 


흑백요리사 팀 대결에서의 리더십


흑백요리사 팀 대결은 200분 안에 100인의 심사단에게 제공할 100인분의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당연히 경험이 많은 쪽이 무조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봤다. 하지만 결과는 당연하지가 않았다. 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를 분석해보면 요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첫번째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리딩하고자 하는 팀 보다는 리더가 명확한 방향성을 잡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팀이 승리했다. 두번째 구성원들의 강점을 빠르게 파악해 알앤알(R&R,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설정해 준 리더와 그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따라준 팀이 승리했다. 세번째 중간중간에 테이스팅을 하면서 지금 하고자 하는 실행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팀이 승리했다. 


이 세 가지 모두 우리 스타트업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 스타트업 창업자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리더십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Lead, follow or get out of here)" 


미국 CNN 방송사 창립자인 테드 터너가 한 말이다. 세계 최초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원대한 꿈은 당시에는 너무도 허무맹랑한 꿈이었기에 외부의 시각 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도 그의 꿈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전례 없는 도전을 해서 성공시켜야 하는 테드 터너 입장에서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으면 성공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어느날 모든 구성원들을 불러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뭐든 해라!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Do Something! Lead, follow or get out of here)"


창업자들은 회사의 존폐 결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다. 회사는 인큐베이터가 아니고 창업자는 보육원 원장이 아니다. 그 역할을 하는 기관은 따로 있다. 창업자는 끊임 없이 배움을 위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삶을 살면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따르는 리더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실행에 대한 아쉬움 없이 완벽한 의사결정의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고객과 실무에서 배울 줄 알고 책임질 줄 아는 리더만 남겨라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는 창업자와 리더 간의 관계 설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이 팀 리더와 실무자 사이에 적용되면 그것은 군대식 상명하복 조직이 되고 이는 스타트업에 적합한 조직문화가 아니다.


'흑백요리사'에서 승리한 팀들을 보면 팀 내에서 경력이 제일 많고,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선정되지 않은 팀이 승리했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셰프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팀장의 의사결정을 믿고 묵묵히 따라주어 승리했다. 


서비스든 제품이든 고객의 소리를 듣고 반영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그러한 고객의 소리는 고객과 맞닿아서 업무하는 실무자들을 통해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이 실무자들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리더들은 스타트업에 남아 있으면 안된다. 이들은 '관리의 맛'에 취해서 때때로는 창업자의 방향성을 따라야 하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본분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조직이 수행해야 하는 모든 '실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실무자들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부분이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서 '코칭' 할 수 있고, 때로는 '실무자'에게 역으로 실무에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리더들만 남아야 한다.


린 스타트업 프로세스(Lean Startup Process)


Lean startup에서는 '실행' '측정(피드백)' '수정(피드백 반영)'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흑백요리사 팀 대결을 보면 두 번의 대결 모두 이 Lean startup 프로세스와 유사하게 빠르게 실행을 하고, 중간에 맛을 본 뒤 피드백을 반영하는 작업을 했던 팀이 승리했다. 설령 최초의 실행이 잘못된 실행이었다 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빠르게 수정할 방법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이는 팀이 승리한 것을 보면 우리 스타트업에서 이야기하는 Lean startup과 다를 바가 없다. 


잘못된 실행을 비난하면 실행을 꺼리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빠른 실행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는 그보다 더한 독은 없다. '누구에게 상을 주고 누구에게 벌을 주느냐'의 단순한 의사결정은 창업자로서의 리더십이 아니다. 나를 믿고 이 배에 올라타 함께 항해를 하고 있는 구성원들과 이 여정을 후원해 준 투자자들을 위해서 선장으로 해내야 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돌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나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조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사소개> 동북권 캠퍼스타운 서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