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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Aug 16. 2020

지금. 복숭아

summer peaches.

지금 이맘쯤의 복숭아를 이르는 한자로 수밀도(水蜜桃)라는 말이 있다.


물이 가득 차 올라 얇은 껍질 속에 달큼한 향을 가득 품고 있는 백도를 부르는 말이다. 엄지 손가락으로 슬쩍 문지르면 베일같이 얇은 껍질이 손가락에 감겨 스르르 딸려 올라오고,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뽀얀 과육이 드러난다. 가능한 크게 입을 벌려 깨물면 주르르 물이 흐르는 수밀도의 맛은 충분히 1년을 기다릴 가치가 있다. 정신없이 과육을 깨물어 먹다 보면, 두 손은 물론 온 옷과 소매에 복숭아 향기가 가득 묻어나기 마련이고, 복숭아즙이 묻은 그 팔뚝은 여지없이 모기들의 사냥터가 되곤 했다.



한 여름의 추억이란 대개 물이 가득한 과일의 향기, 복숭아 냄새를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되곤 한다.


복숭아의 세계적인 원산지는 중국이다. 중국의 수많은 설화 속에 나오는 불로장생의 열매 역시 '반도'라고 불리는 복숭아이니, 수많은 과일(열대부터 건조기후, 아열대, 온대, 한대지방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과일이 존재함) 중에서도 그 존재감은 독보적인 편이다. 종류 또한 무수하게 많다.



우리나라에서 복숭아 품종이 다양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기억인 것에 비해, 십 년 전 중국 근무 시절에도 중국에는 다양한 복숭아가 있었다. 황도와 백도는 물론이고, 백도 중에서도 무르지 않고 단 것, 아예 핑크빛이 없이 초록빛임에도 불구하고 단 것, 초록빛이 도는 백도인데 무른 것, 황도 역시 무른 것과 단단한 것, 천도복숭아 등등 열 가지도 넘는 복숭아가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와 가장 놀라운 차이점이 있다면, 중국 친구들은 복숭아를 씻어서 그냥 먹는다는 점. 우리처럼 껍질을 벗기지 않고, 깨끗이 씻기만 해서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첫날의 문화충격은 상당했지만, 금방 적응해서 껍질채 먹기 시작했다. 문제는 돌아와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껍질채 복숭아를 먹다가, 종종 가족들을 놀라게 하곤 하는 점이다.



문득 복숭아 생각이 나서, 과일가게에 들러 보니 동시에 세 가지 종류의 복숭아를 팔고 있었다. 백도이지만 과육이 핑크빛이 돌며 딱딱하고 아삭한 맛을 내는 것과 부드러운 황도, 그리고 수밀도라 불리는 부드러운 백도까지. 갑자기 솟구치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세 종류를 다 담았다. 색도 맛도 향도 다 다른 세 종류의 복숭아. 심지어 여기엔 천도복숭아는 아예 빠져있는 상태였다. 이렇게나 다양한 복숭아가 나오는구나를 제대로 인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하루 정도 상온에서 숙성시킨 뒤, 과육으로 먹어보고, 와인에 끓여 병조림도 담아보고, 잼도 만들어 보고. 혼자 먹기에 넘치는 과일들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특히 화이트 와인을 넣어 병조림으로 끓여내면 황도는 노랗게, 딱딱한 백도는 핑크빛으로, 백도는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 세 가지 색이 모두 영롱하기 짝이 없다. 공간을 가득 휘감고 있는 달콤하고 산뜻한 분홍빛 향기까지, 지금 이 공간은 복숭아로 가득하다!





복숭아 병조림

Poached peach



Ingredients 

복숭아 1 1/2개 + 물 200ml + 설탕 3 Tbsp

진저 시럽 1 tsp + 레몬즙 1 tsp +(카다멈 1알/시나몬 1조각 생략 가능)


Method 

1) 잘 익은 복숭아를 깨끗이 씻은 뒤 껍질째로 병조림할 모양을 따라 웻지로 썰어준다.

2) 냄비에 분량의 설탕과 물 1)의 복숭아를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어주면서 한 소금 끓여 준다.

3) 한 번 끓어오르고, 복숭아 껍질이 일어나면 과육을 건져 껍질을 벗겨 소독한 병에 담아주고,

    함께 끓인 물을 담아 뚜껑을 닫고 거꾸로 세워 진공상태를 만들어 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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