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시간이 걸리는 일.
시트러스 솔트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제법 긴 숙성 시간이었다. 대체로 많은 '전통 숙성 제품'들이 그러하듯 정답이 되는 시간은 없지만, 최소 3주는 지나야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아무래도 기준이 되는 맛과 숙성 시간을 종잡을 수 없어 오리지널인 레몬 소금의 레시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쪽은 더 천방지축이었다. 일 년 내내 상온에 두면서 주황색으로 절여진(색이 달라진) 맛을 즐긴다는 이탈리아 버전도 있고, 2~3주 만에 갈아서 냉장 보관하면서 사용하는 일본 버전까지. 다양한 식문화의 조건과 경험의 사례들은 기준이 통일되지 않으니 천차만별의 사례들이 쏟아졌다.
결국 방법은 딱 하나. 직접 만들어 그 과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시트러스 솔트의 한 달 기록'이었다.
제주에서 올린 하귤과 레몬을 가지고 소금에 절여 시트러스 솔트를 만들어 놓고 매일 한 번씩 촬영하고 향기와 맛을 관찰했다. 처음 일주일은 소금이 녹는 것 외에는 딱히 변화가 안 보이니 그 날이 그 날 같고 지루했다. 그런데 2주, 3주에 접어들면서 육안으로도 소금과 시트러스가 하나로 녹아드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트러스 표면에 흐르는 윤기의 느낌이 달라지고, 국물이 끈적해지기 시작했다. 3주 차의 어느 지점에서는 감귤계 열매의 맛과 향기가 녹아든 소금의 짠맛을 바탕으로 정점을 찍는 것을 관찰할 수가 있었다. 시트러스 솔트의 숙성이 한참 물이 오른 시점이었다.
숙성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염장이다. 재료에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담가 염분이 충분히 배어들게 만들어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면 재료 속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맛이 응축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확실히 레몬이나 하귤에 소금을 치고 난 처음 며칠은 맛이 거칠기 짝이 없었다. 시트러스 열매들은 안 그래도 신맛이 강하고 향기가 진동을 하는 등 자기주장이 뚜렷해 어디에 섞어 놔도 그 맛을 구별하기가 쉬운 편이다. 소금 또한 강한 맛의 대명사. 삼투압을 통해 아래에 고인 국물을 찍어 맛보면 누구나 한 번에 쉬이 알 수 있다. 아! 레몬즙 또는 하귤즙에 소금을 탔구나 라고.
이렇게 분명하게 구별되던 두 가지 맛이 조금씩 섞여 들어가는 것이 신비로운 숙성의 과정이다. 절대로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손을 잡고 연인이 되는 과정처럼, 3주가 지난 시트러스 솔트의 맛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젠 소금의 맛도 과즙의 맛도 아닌 제3의 맛이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상큼하고 짭짤하며 향기로운 감칠맛의 그 무엇이 완성되기까지 우리가 한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직까지도, 대상이 무엇이든 기다림이란 쉽지 않다. 어떤 문제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는 대답을 듣고 나면 마음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니까. 이유가 뭘까 들여다보면, 대체로 스스로의 조바심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는 건, 매번 닥치지만 순순히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의 무력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하니깐.
나이가 들어갈수록, 혹은 어른들의 말처럼 철이 들어갈수록, 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지혜일 텐데, 머리로 백번 이해하면서도 아직도 가슴 뒤편에선 반항심이 끓어오른다. 아무리 천천히 지나가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해도, 당장 눈 앞에 결과만을 놓고 초조하기 일쑤다. 결국 인간의 성숙이란 시간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일, 사실은 그것이 가장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트러스 소금으로 생선 굽기
Summer Citrus Fish Grill
Ingredients
삼치 1토막
하귤 소금 1큰술
올리브 오일 1큰술
Method
1) 삼치 1토막에 하귤 소금 1큰술을 발라 밑간을 한다.
2) 생선구이 그릴이나 프라이팬 또는 오븐에 넣고 올리브 오일을 둘러 구우면 완성!
*시트러스 소금만 발라주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밑간과 양념이 동시에 해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