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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 May 03. 2023

영상보다 글이 때때로 더 좋은 이에게

저도 그렇습니다.

 한 글자씩 글의 의미를 곱씹는 맛이 좋다.


 영상은 한 번 지나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몇 단계를 거쳐야만 지나간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다. 숏폼 영상에서 미처 정확하게 듣지 못하거나, 스크린샷을 찍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볼 때 종종 답답했었다. 비디오 에세이 영상을 보다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어 계속 화면 왼쪽을 두 번씩 두드리면서도 답답했다.


 그럴 때 정보를 받아들이는 나만의 속도를 영상이 가져가 버린 것만 같았다. 좀 더 천천히 되새기고 싶지만 자꾸만 빠르게 달려 나가는 영상이 불친절하게만 느껴진다. 더 빨리, 더 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돌아보고 사유할 시간은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글이 더 좋다. 내 멋대로 첫 문단의 첫 문장을 읽고 싶으면 눈동자만 또르르륵 굴리면 되고, 머리에 전구가 탁 켜지는 것만 같은 부분은 몇 번이고 곱씹어 볼 수 있다. 그 고요하고 너그러운 품이 좋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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