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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May 08. 2024

책 읽기로 슬럼프를 극복하다

책책책 책임져!

내가 슬럼프에 빠졌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글쓰기가 싫다는 것. 평소의 나라면 항상 다양한 주제가 머릿속에 맴돌아 어떤 걸 써야 할지 결정하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슬럼프에 빠지면 아무것도 써지지가 않는다. 쓸 수가 없다. 


엄마니까 반드시 해야 할 일, 이를 테면 애들 끼니를 챙겨준다던지 개와 산책하기 같은 건 하겠는데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이 가라앉으면 도무지 되지가 않는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강제적 마감이 있는 잡지 원고만 어찌어찌 써서 보냈다.)


의욕이 없었다. 무기력해지니 몸이 피곤해졌다. 소파에 누워 개를 끌어안고 자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눈을 뜨면 시간은 훌쩍 가버렸고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음에 허탈해지곤 했다. 약 한 달 반을 그렇게 보냈다.  




책을 읽었다. 꾸역꾸역 읽었다. 의지를 갖고 읽었다기보다는 자동 재생 버튼이 눌려진 것처럼 평소의 습관에 따라 책장을 펼쳤다. 한 권이 끝났다. 다른 책을 열었다. 한 권이 끝나기 전에 새 책을 읽은 적도 많다. (원래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식 독서 습관이 있다.)


책은 이상하다. 그림도 없이 글자 범벅인데 읽다 보면 빠져 든다. 저자가 안내하는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눈을 들여놓는 순간?) 쑤욱 빨려 들어가 '시간 순삭'을 경험하게 된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온몸이 찌릿하다. 멋진 문장을 만나면 세포 끝에서 도파민이 샘솟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몰입의 순간이다. 


책은 진짜 이상하다. 읽다 보면 내가 더 작아진다. 깊이 있는 사유가 담긴 책을 읽으면 저자를 우러러보다가도 나는 아직 가 닿지 못한 그곳이 부러워 쪼그라들기도 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읽다 보면 내가 더 커지는 느낌도 든다. 나의 의견이 생기고 관심분야가 커진다. 확장의 순간이다. 


지난 40일 간 약 20권의 책을 읽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근래의 책 읽기는 분명 도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점점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알고 싶고, 쓰고 싶은 주제가 여럿 생겼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슬럼프는 마무리 단계라는 이야기다. 시작해 보고 싶은 일도 하나 있어서 엉덩이가 들썩이는 중이다. 즐거움의 순간이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지만 그래서 출판시장도 여전히 불황이라지만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짧은 글, 짧은 영상이 대세라 해도 나는 여전히 긴 글과 그 안에 담긴 저자만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 글로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나의 한계를 깨닫기 위해, 재미를 위해, 공부하기 위해, 길을 찾기 위해, 길을 잃기 위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때론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나는 계속 읽을 것이다. 이 좋은 책 읽기를 널리 전파할 것이다. 좋은 건 나누면 나눌수록 좋은 법이니까. 




지난 40일 동안 읽은 책


- 표지 깔맞춤 해봤음 ^^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책은


『여섯 번째 대멸종』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읽은 순서대로>


『밝은 밤』 - 최은영

『나의 누수 일지』 - 김신회

『지루하면 죽는다』 - 조나 레러

『카피라이터의 표현법』 - 아라키 슌야

『애매한 재능』 - 수미

『관계의 언어』 - 문요한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25년 만에 재독)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브런치

『홍보의 신』 - 김선태

『싶싶한 하루 보내세요』 - 권민정, 라일락, 박다흰, 서예빈, 안화용

『본심』 - 히라노 게이치로

『도파민네이션』 - 에나 램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 김지원

『책, 이게 뭐라고』 - 장강명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 - 안병수

『여섯 번째 대멸종』 - 엘리자베스 콜버트

『최재천의 곤충사회』 - 최재천

『미세 좌절의 시대』 - 장강명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이슬기, 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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